오늘의 나는 내 얼굴조차 알아보질 못해요.
기존에 알아보던 모든 사람들도 알아보질 못하겠더군요. 여기가 어딘지, 집이긴 집인데 내 집이 아닌 것 같았어요. 아주 낯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문으로 나가면 증거가 남으니 창문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높낮이를 가늠하는 감각도 떨어졌는지, 계단 하나 정도의 높이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여기서 떨어지면 위험하겠구나!'라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그저 여기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것을 해리(解離)라고 한다더라고요. 저는 특히 타인의 힘듦을 함께 느낄 때 해리가 강해져요. 오늘만 해도 어머니가 왜 '아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셨고... 압박감을 느끼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뚝 끊기더라고요. 지금 내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지, 나는 누구인지, 내 이름은 무엇이고, 내가 과연 사람이 맞는지, 성별은 무엇인지... 모든 정보를 잊었어요. 그러고 나서, 왠지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예쁜 창문 앞에 서 있었어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아주 예쁘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기왕이면 예쁜 곳을 통해 나가고 싶었어요. 나중에야 알았는데, 거기로는 나가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옛날의 나는 알았겠지요?
나는 내가 참 어려워요. 차라리 몸만 아픈 것이라면 의사소통은 정상적으로 될 텐데, 기억의 연결이 약해져 있으니 잊고 싶지 않아도 사람들을 자꾸 잊어요. 조금만 힘들어도 힘든 이유를 잊고,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을 잊어요.
편의상 잊는다고 표현하지만, 뇌가 우선순위 밖으로 기억들을 밀어내는 느낌이에요. 깊은 곳 어딘가에 저장은 되어 있는데, 불러오지를 못하는 느낌.
이 회차의 이름은 사실 '아파도 괜찮아.'였는데, 정말 아파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 자리에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학병원 진료일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내가 그나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 선생님밖에는 없으니까요. 유일하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