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이 꽤 괜찮았어요. 자살충동에 마구 흔들리는 일도,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는 일도 없었어요. 피곤할 때까지 걷고, 상담을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해리 증상이 심할 땐 가족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는 꽤 다정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더라고요. 이제껏 가족과 분리된 채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나 봐요. 혼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에요.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은 참 힘들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 기억도 들쑥날쑥.
일단은 우울증이라고 하지만, 정말 우울증 일지, 다른 병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너무 혼란스럽다 보니 나의 힘듦을 인정하기가 참 힘든데, 오늘 이 시간만큼은 그냥 시원하게 말해보려고요.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왔고, 사실 지금도 많이, 아주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앞으로는 점점 나아질 거라 믿어요. 여러 굴곡이 많겠지만, 그리고 시간도 오래오래 걸리겠지만.
앞으로는 그냥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려고요. 이제껏 내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아마도 이곳에서 글을 많이 썼던 모양이에요. 정기적으로 연재도 했던 것 같은데, 목차를 보고도 뭘 쓰려고 했던 건지 떠올리지를 못하겠어요. 그래서, 그냥 앞으로의 여정을 여기에 기록하는 느낌으로 쓰려고 해요.
일요일에만 연재한다고 적혀있지만... 아무래도 더 자주, 더 많이 찾아올 것 같아요.
여기에 있으면 좀 더 편안해지거든요.
내가 아주 많이, 많이 많이 흔들려도
결국은 꼭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