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

by 이지원

2025.12.10.(수) 새벽, 공황발작 재발.

공황발작이 다시 찾아왔다.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짧고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오늘 아버지가 밤늦게 들어오셨는데, 혹시나 또 술을 드시고 들어오셔서 집안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까 봐 불안해했다.

아버지가 들어오시자 방문을 잠갔다. 불을 끄고 나도 모르게 온 신경을 방 밖으로 기울였다. 마치 어릴 적 그날처럼. 아직까지 큰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극도로 불안하고 숨을 쉬기가 힘들다. 머리끝까지 물속에 잠긴 것 같다.

어릴 적에 안방에서 숨을 죽이고 아버지의 심기를 살피던 날들이 떠올랐다. 이 불안감이 나를 다시 그곳에 데려다 놓았다. 숨을 쉬기가 힘들고, 손끝과 발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말린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아마도 내가 간밤에 쓴 기록 같아요.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들이 꿈이 아니라면, 공황은 재발한 거겠죠.

항불안제 덕에 많이 가라앉아서, 이제는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지난달 중순에 끊었던 항불안제를 다시 먹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어요.


간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차라리 희미한 것이 다행이겠죠. 그나마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했던 것, 밖에서 들려오는 우당탕 소리. 그리고 뭐라도 붙잡기 위해 메모장에 지금의 증상을 기록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진정이 되었어요.


엄마와 아저씨는 간밤에 크게 다툰 모양이에요. 술을 끊기로 약속했다던 아저씨가 또 만취해서 들어왔겠죠. 냉랭한 분위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따뜻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 침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아요. 이럴 땐 그냥 방에서 혼자 조용히 웅크려 있어야 해요. 두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을지 모르거든요. 운이 나쁘면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 되도록 조용히 있어야 해요. 방문도 꼭 잠그고요.


그리 우울하지는 않지만 팔다리가 무거워요. 침대 밑으로 푹 꺼져버릴 것만 같아요. 머릿속은 텅 비었고, 그다지 생기가 있진 않네요.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어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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