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이 아주 큰 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트루먼 쇼> 처럼요! 내가 하는 생각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가짜인 것 같아요.
오늘 점심을 먹고 샤워를 했는데, 내 뒷모습을 내가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 마치 내가 분열되어서 멀리서 나를 보는 듯한 느낌.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그게 사람의 몸이 아니라 인형을 움직이는 듯 딱딱하고 어색한 느낌. 때로는 VR 게임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나를 장기짝처럼 조종하는 것 같기도 해요. 바로 전에 있었던 일이 꿈처럼 느껴지고, 더 먼 과거의 일은 마치 오래전에 본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는 느낌이에요. 모든 일들을 '내가 직접 겪었다'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과 사람이 아주 낯설어서, 잘 말하다가도 어색함을 크게 느끼기도 해요.
이러한 이인증이 약 때문인지, 내가 앓고 있는 우울증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먹는 약이 이인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약을 먹기 전에도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은 겪어보았으니 어쩌면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겠어요. 정확한 건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요.
아무튼, 평온하다가도 이렇게 기이한 느낌을 받는 것이 너무 싫어요. 맑은 정신으로 현실을 살고 싶어요. 곧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 당분간은 좀 조심히 살아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