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현실로 돌아올 방법을 생각해 봤어요.
손과 발에 닿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다고 해서 내 생각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기분은 조금 더 나아져요. 약간 활력이 생기기도 하고, 일단 혼란이나 불안은 확실히 잠재워줘요. 발에 닿는 바닥은 차가운지, 따뜻한지, 손에 쥔 물건은 어떤 느낌인지.
내가 가진 감각을 깨우다 보면 혼란은 잦아들고, 아주 조금씩 마음이 부드럽게 풀려요.
신체의 어느 부분이 긴장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면 가볍게 풀어주고, 숨이 얕아질 땐 의도적으로 깊은숨을 쉬어요. 이런 것도 공황이 찾아오면 소용이 없을 때도 있지만, 평소에는 효과가 좋아요.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내 상태를 억지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면 또 패닉이 오고, 내가 누군지도 잊을 만큼 상태가 나빠지더라고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현재 기억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들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되기도 해요. 어느 쪽이든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수많은 괜찮음으로 겨우 지탱되고 있었던 마음은 사실 이런 모습이었나 봐요. 많은 것들을 잊고 싶었고, 많은 것들이 무겁고 괴로웠나 봐요. 뚜렷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곳에 적어놓은 글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SOS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걸 너무 늦게 알아본 거겠죠.
그래도, 지금 겪는 이 혼란이 나쁘지는 않아요. 내 인생에서 꼭 거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제야 가면을 벗은 것 같아요. 약을 먹고 치료를 시작한 뒤로는 옷을 전부 벗어던진 채로 잠들지 않아요. 의복이 주는 거슬림이 사라졌어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옷을 입으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옷이 아주 편안해요.
가위에 눌리지도 않아요. 자주 아프지도 않고요. 예전에는 잠들 때마다 가위에 눌려 한밤중에 깨곤 했었는데, 이제는 한 번 잠들면 아주 푹 자요. 꿈도 거의 꾸지 않고, 어쩌다 한 번 꾸더라도 행복한 꿈을 꿔요. 사랑하는 사람과 온 세상을 여행하는 꿈. 정말 즐거웠어요.
오늘 밤도 편안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달고 길게, 푹 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