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작아지는 날

by 이지원

무서워요. 무서워요. 무엇이 나의 편인지 모르겠어요. 애초에 정신과에 가기로 했던 것이 잘못이었을지도 몰라요. 무기력하게 누워서 음식도, 물도 입에 대지 않던 그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었을지도.

나는 이제 약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요. 그 약이 나에게 맞는 약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 병이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파요. 괴로워요. 많은 것을 잊고, 많은 것이 날 괴롭게 해요. 그 무엇도 믿을 수가 없어요. 사랑하던 모든 것들이 딱딱한 기계처럼 보이거든요.

정신과에서 주는 약은 진통제 같아요. 그것만으로 씻은 듯이 낫게 할 순 없나 봐요. 10만큼 느껴지던 고통을 조금 낮춰주고, 밥을 먹고 씻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북돋아주는 느낌이에요.

지금 먹고 있는 약이 저에겐 잘 안 맞는 건지, 일상생활에서의 고통을 숫자로 나타내자면 20 정도는 될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기분이 오락가락하거든요. 언제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깊은 밤이 되면 땅끝까지 뚝 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뒤집히기도 해요. 감정의 변화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괴로움을 와닿게 설명하기가 참 어려워요. 일단 기분이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는 데다, 기억도 뒤죽박죽에 이인증까지 겹쳐져 일상에서의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지니 증상을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요.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말을 더듬게 되기도 해요.
그나마 이렇게 글로 써 내려갈 때만큼은 좀 낫지만, 사실 쓰면서도 참 어렵고 힘들어요. 내가 쓰면서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병원에서 증상을 말씀드릴 때에도 느꼈지만, 항상 증상을 나열할 때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두통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상담센터나 병원에 다녀오면 피로감이 심해요. 말을 안 하다가 해서 그런지, 기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사실 내가 살고 싶어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아니까요. 하지만 약을 먹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고,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밥을 먹어도 뱃속이 공허해서 자꾸만 간식을 찾는 내가 싫을 뿐이에요.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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