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는 두통이 없었어요. 대신 아주 강한 졸음이 쏟아졌어요. 이곳이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전부 잊을 정도였어요.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버틸 수가 없어서 오래 잠을 잤어요. 낮잠을 그렇게 잤는데도 또 잠이 오네요.
아침 산책을 했는데, 마치 꿈속 풍경 같았어요. 햇살이 참 눈부시고 따뜻했어요. 내 걸음은 아주 느릿해서, 걷고 있는 건지 가만히 서 있는 건지 알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이유 없이 좋았어요. 하늘도, 바람도.
많은 것을 잊었지만 이제는 슬프지 않아요. 두렵지도 않아요. 힘들었던 일들에 얽매여 있지도 않아요. 어제의 일도, 그저께의 일도, 더 먼 과거의 일도,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의 일들도 나를 괴롭히지 않아요. 나는 그저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에요. 먹고, 마시고, 씻고, 잠을 자고 숨을 쉴 뿐이에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죽어가고 있지 않아요. 살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