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날이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화가 났어요. 무엇 때문인지도 몰랐어요. 모든 게 싫어졌어요. 툭 치면 펑 터질 것 같았답니다. 화가 나기 시작했을 땐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가를 마친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화를 흘려보내는 게 잘 되지 않았어요. 사소한 것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극단적인 말을 자주 했었어요. 흘려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사그라들 때까지 화를 냈어요. 그리고 한참 뒤에야 후회를 했죠. 말로 화를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해로 이어지기까지 했어요. 겉도, 속도 뾰족하게 날이 서 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이렇게 날이 선 마음을 흘려보낼 줄 알게 되었어요. 무작정 화를 밖으로 배출하기보다는, 마음속에서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나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많이 힘든가 보다.'라고 말이에요. 예전에는 화가 난 내가 싫어서 다그치고,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악순환을 겪었는데,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평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평정심을 찾았어요. 호흡과 동작을 함께하는 요가는 내가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요.
동작에 집중하다가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우울해질 때가 있었지만, 일단 하던 것을 이어나가며 그 감정에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연습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부정적인 감정은 사그라들고, 마지막에는 개운함이 남았어요.
약은 나를 움직이도록 도와줘요. 나는 명상과 요가를 통해 마음과 몸을 더 건강하게 가꿀 수 있지요. 오늘의 나는 나를 지켜냈어요.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