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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Oct 06. 2024

생각 파묻기

하늘 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파묻었다.

 죽지도 못하는 주제에.

좁은 방의 의자에 앉아 망연히 하늘만 보다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무슨 미련이 남았던 걸까? 나는 꽤 오래전부터 죽음을 다짐하고 몇 번이나 그것의 품에 뛰어들려 했지만 번번이 밀쳐지고야 말았다. 어떤 수단을 써도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질리도록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죽지 않을 만큼의 손상을 입히는 것만이 허용되었다. 애매하게 흔적만 남는, 그런 것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그 어떤 증표도 될 수 없는 보기 흉한 자국.


 잠결에 문득 깨달았다. 무엇도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도 괜찮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은 내가 일요일마다 풀어내는 이야기도 '이제 괜찮다'는 말로 갈무리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지독하게도 진짜 같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있었던 걸까?


 정신이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다. 나를 둘러싼 몸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허함은 약으로도 상담으로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깨진 정신을 주워 담고 그냥 걸었다. 이 이상으로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는 정말로 부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나는 나를 계속해서 찾아내고 끄집어내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이어폰으로 두 귀를 틀어막고서.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이곳은 북적북적한 느낌은 아니다. 변두리에 위치했기에 저녁이 되면 모든 조명이 흐릿해져서는 몸을 떤다. 서울에 있는 집처럼 새벽까지 요란한 조명이 몸을 흔들지는 않는다. 밤이 깊어지면 차도 거의 없다. 그저 새까맣게 어둠이 내릴 뿐이다.


 한층 더 새까맣게 먹칠이 된 하늘을 바라보다 씁쓸한 고민이 떠올랐다.


 돈. 그래, 돈 말이다.


 왜 자꾸만 죽음으로 생각이 기우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 보니 돈이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좀 더 말을 붙여 보자면 그냥 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 불안해졌을 뿐이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데 그것으로 차 한 잔이라도 사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대추처럼 달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이 나를 구원할 수 있길 바랐고 그 안에서 약간의 욕심을 부렸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는 해도 자꾸만 그런 쪽으로 기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걸까.  


 나는, 단지...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해서, 음료 한 잔이라도 살 수 있다면,

그 음료 한 잔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넬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작게나마 소원을 중얼거려 보았다.

그 어떤 것도 아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로 이루어낸 나의 성과.


 내가 사랑하는 분야는 그렇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어떠한 보상이 따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야만 한다.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 해도 움직이다 보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믈론 금전적인 이득이 따른다면 만족감은 크겠지만 꼭 금전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그저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지나간다 해도, 머문다 해도.


 나는 생각보다, 살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이구나.


오래간만에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냥,

그런 생각들을 별과 구름 속에 툭 던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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