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슬픔

by 이지원

기쁨만 담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슬픔이 길어졌다. '이런 날도 있지'라는 말로 가볍게 삼켜내기엔 너무 아픈 날이었다. 끝까지 품고 삼켜내려 했는데, 안에서 품고 있다가는 영원히 삼키지 못할 것 같아 글로 엮기로 했다.


내 슬픔의 씨앗은 성취감에 대한 집착이었다. 며칠 동안 일할 곳을 찾았고, 꿈을 품었으며, 단맛이 나는 희망을 잡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못 찾은 것일 뿐이지만, 당장의 성취감을 원했던 나에게는 기다림이 참 어려운 것이었다.


언제까지나 가족의 품에 기대 살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삶을 살 수 있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사실은 삼켜내지 못한 슬픔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고양이. 그 애가 작은 발톱을 세워 박박 긁는 바람에 해진 침대시트. 거기서 나온 실오라기를 내가 계속 만지작거렸기 때문이다. 잊을 수 없는 모습. 창틀 위에 남은 털, 팔월 새벽 마지막으로 다리에 닿던 따뜻한 털.


잊고 싶었다. 그래서 뇌가 필사적으로 잊은 척을 해 왔다. 나를 속였다. 사실은 깊은 곳에 남아있는데, 끄집어내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숨겼다. 내가 내 손으로 기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져 빈자리는 성취감에 대한 집착으로 채웠다. 그래야만 아픈 기억의 소리를 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급함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편하게 가져야지.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지.


내일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거두고 요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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