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을 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저녁 바람은 차가웠다. 코끝과 손끝이 쓰라렸다. 붉게 물든 손끝을 보고 드디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늘한 겨울바람의 향기, 계절 냄새. 분명히 이곳에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냄새.
한참을 걸었다. 같은 곳을 돌았다. 그런데도 새로웠다. 지겨움을 느낄 수 없었다. 사람, 동물, 하늘, 땅. 그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웠다.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밖에 나간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구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모든 것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돌아보았다. 남색 하늘, 그 아래로 보이는 높은 건물, 반짝이는 가로등. 모든 것이 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나도 눈짓으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날카롭게만 느껴지던 겨울바람은 나를 품어주었다. 차가움 이면에 새겨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깥이 아름답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