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미래에 묶여 있었다. 그래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하니 겸사겸사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눈에 핏발이 서도록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였고, 이력서를 내기도 했지만 떨어졌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속이 상했다.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러려고 할수록 멀어졌다. 이제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했는데,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슬펐다.
처음에는 하고 싶었던 교정·교열 일을 위주로 찾았지만, 일이 잘 구해지지 않자 종류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하며 가리지 않고 찾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끌리는 일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저 돈만을 생각하다가는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꾸만 숫자를 세고, 시간을 확인하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가'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강박은 더 커져갔다. 어딘가 망가져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매일 꾸준히 하던 운동도 하지 않고, 햇빛도 바라보지 않았다. 캄캄한 방 안에서 휴대폰을 마주하고 눈만 굴릴 뿐이었다. 그런 삶이 지긋지긋했다.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먼저 돈을 제쳐두고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질문을 하나씩 건네 보았다.
'무엇을 얻고 싶지?'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어딘가에 도움이 되는 것.', '자신감.', '성취감.'
이제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돈은 1순위야?'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답했다.
'사실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좋지만, 내가 성취감을 느끼는 게 먼저야. 바깥에서 활동하고 싶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떤 활동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책과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
답은 나왔다. 그렇다면 꼭 돈을 벌지 않아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자. 그에 앞서 이부자리부터 정돈했다. 방치되어 있던 손톱을 단정하게 깎고, 깨끗하게 씻었다. 힘을 내기 위해 밥까지 챙겨 먹고 나니 이제 좀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뜨겁게 달구었던 구인·구직 어플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검색했다.
돈에 묶이지 않으니 훨씬 시야가 넓어졌다. 생각보다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았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길은 돈을 버는 것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돈이 아니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마음을 묵직하게 누르던 돌덩이가 툭 빠져나왔다. 몸을 조이던 압박감도 사라졌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면 되는 것을, 왜 그리도 무겁게 생각했을까?
이제 알았다. 내가 찾던 성취감은 돈에 있지 않았다. 그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하나면 충분했다.
오늘의 기쁨은 잊지 않고 오래오래 가져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