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꿈을 꾸었던 날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이었다. 특별히 피곤한 날도 아니었고, 정서적으로 그리 불안정한 상태도 아니었다. 약을 먹고 나면 언제나 난해한 꿈을 꾸기 때문에, 이번 꿈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 꿈에서는 여러 장면이 아주 빠르게 몰아쳤다.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인, 먼 곳에서부터 기다려 온 듯한 꿈의 풍경, 살결에 닿는 빛, 사랑. 머릿속을 빠르게 헤집는 그것들을 담을 새도 없이 꿈은 끝났다. 다만 깨어난 뒤에도 사랑을 품었다는 것만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꿈속의 사람과 나는 적어도 어떤 욕망이 들어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성적인 욕망도 아니었고, 도가 지나친 소유욕도 아니었다. 그저 잠시 내려앉았다 떠나가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언제까지나 소유하고 싶지도, 이 순간을 대충 흘려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시간이 유한한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지저분한 감정들은 붓고 싶지 않았다. 그야말로 환상 속에서나 할 법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어떤 대화도 없이, 사랑한다는 속삭임도 없이 행위만으로 사랑을 전했다. 새가 내려앉은 것처럼 가볍고, 얇고, 금방 녹아내렸다. 그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 산뜻한 단맛을 느끼고 있었으니.
꿈속의 여인은 무성영화의 등장인물 같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슴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바닥에 짓누른 채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격한 움직임도, 숨을 내뱉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인간이 아니면 무엇일까. 지금에서야 의문을 표하지만, 꿈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이 그 속에 몸을 묻고 있을 동안에는 어떤 의문도 표하지 못하게 된다. 그저 그곳에 녹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질문을 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말 그대로 꿈이었기에 가능한 사랑이었다. 현실에서, 우리는 곧잘 말로써 표현하기를 원하지 않던가. 말로 주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사랑이 넘치는 것처럼 보여도 뭔가 불안정하게 느낀다. 그러나 그 꿈에서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행동으로, 내 등과 허리를 끌어안는 손짓으로, 진정으로 사랑을 말하는 깊은 눈망울로 소통했다. 목소리가 없어도 괜찮았다. 귀가 막힌 듯 먹먹해도 괜찮았다.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만은 느낄 수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