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체온

by 이지원

사랑 없이 사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마음 깊은 곳의 결핍을 알고 있다. 부풀지도 않았던, 납작하게 쪼그라든 그것. 공허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그리며 살았다. 사람의 살갗이 그리워서 때로는 환영도 보았다. 벌거벗은 사내, 마른 몸, 그런 것들 말이다. 어떤 욕망도 갖지 않은 눈으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기 없는 눈의 그가 서둘러 일어나주길 바랐으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 하나 겨우 누워 있을 만큼 좁은 방 안에서 무엇에 그리 몰입하고 있었을까. 확실한 것은 밤마다 시커먼 천장을 바라보며 사랑을 그렸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살이 좋았다. 체온이 좋았다. 그러나 사람의 체온을 느낄 일 따위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환상이었다. 가면 갈수록 환상만 커지고, 그릇된 욕구로 비틀리니 거울을 보는 것마저도 싫어졌다.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맨몸의 사내, 창백한 살갗, 새카맣게 물들어 공허한 두 눈이 싫었다.


빛이 겨우 들어오는 방에서 사랑만을 그린 지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이제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원하는 눈과 바싹바싹 말라가는 입술이 싫었다. 정돈되지 않은 손톱도 싫었다. 이 모든 것을 없애기 위해 삼 층 건물의 난간을 넘어 비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고꾸라지겠지만, 어떻게 되든 좋았다.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것, 체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철저한 외면이나 다름이 없었다.


목구멍을 열어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라. 그런 소망을 그려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소리도 지를 수가 없다. 방구석에 서 있던 맨몸의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가느다란 신음과 함께 뻣뻣한 고개를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내 시선이 간신히 닿은 구석에는 이제 그 사내가 없다.


시간이 끊임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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