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들어도 자는 것이 아닐 것만 같아 그냥 허리를 의자에 맡긴 채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다 그만두고 싶다든가, 그런 말들로 불안이 잔뜩 찬 머릿속을 닦아내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한창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때 뭐라도 했더라면 좀 달라졌을까? 시간이 남아돌 때는 쓰지도 않더니 이제야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마음은 조급한데 걸음은 더디고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흐른다. 고개를 떨구고 괜스레 바닥을 긁어 보았다. 조급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자꾸만 그 근원을 찾게 된다.
나의 불안은, 빠르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서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마음을 먹고 자랐을 것이다.
불안정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그런 강박. 그래야만 미움받지 않고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는 결국 내가 가진 유기 불안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을 그 누가 미워할까. 어느 환경에 있든 성실함은 결국 기본적으로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자꾸만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저...
놀기만 하고 있는 것이겠지.
분명히 사랑하는 일이다. 가장 사랑하는 일이고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내 손을 뜯어내고 나의 몸을 아무리 밀어낸다 해도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은 일. 나는 언제나 이 앞에 앉아 음울한 글만 몇 편씩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세상이 일구어지는 것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설령 누군가는 농땡이라고 평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나는 버려지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적어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 비추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인간이어도 그냥, 그냥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욕심이 과한 건지도 모른다. 사실을 뒤처지고 있는 주제에 멍청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만 이 앞에서 손가락을 놀리는 것만은 그저 참을 수 없이 좋았다. 돌아보았던 과거를 다시 돌아보고 새겨두었던 우울을 글이라는 형태로 바꾸어 다시 새기는 것마저도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푸념 같은 글이라 해도 그냥 좋았다. 대중성이나 상품성이 없는 글이라 해도 그냥 좋다. 얼마 가지 않아 흩어질 허망한 꿈이라 평하더라도 좋다. 나는 단지 나를 그려나가고 적어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그런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밥벌이는 쉽지 않을지라도.
그리고 그저, 이렇게 흔들리는 길을 걷는다 해서 버림받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존재가 완전히 부서지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환경이 흔들리지 않기를, 그로 인해 내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