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아이에게

by 이지원

아이를 원하는 마음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부터 싹을 틔웠다. 아무래도 세상의 밝은 면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나 보다.

사실 부모가 될 자신은 아직 없다. 나는 몸의 힘도 약하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많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깜박깜박 기억이 흔들리니 아이를 잊었을 때 얼마나 큰 혼란이 생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안정을 찾는 게 먼저겠지.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종종 그리곤 한다. 예쁜 아이와 함께 사계절을 누비며 살고 싶다. 봄에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움, 여름에 먹는 수박의 청량한 단내, 가을날에 함께 밟으며 걸어갈 낙엽길, 그리고 겨울에 소리 없이 내리는 흰 눈을 보여주고 싶다. 일상 틈새에 깃든 기쁨을, 그 따스한 감각을 꼭 두 눈과 가슴속에 담았으면 좋겠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는 내가 더 자주 행복해야겠지. 오늘도 약을 먹으며 그런 다짐을 마음에 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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