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이렇게나 못 자고 있지만 불면증이라고 확실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병원을 가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잠을 잔다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물론 건강에는 좋지만 마음 안쪽부터 뭉그러지는 것만 같아서 무서워.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멀쩡히 살아 있고. 물론 나는 정말 죽을 때가 오면 죽기 싫다고 눈물만 쏟아내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게 더 무섭다.
밤이 오면 머릿속 안쪽에 사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그래봐야 그것도 나지만, 그냥 그 시간까지 깨어 있는 무언가가 나밖에 없어서 그렇다. 사는 것, 죽는 것, 그냥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뭘 하다 떠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슬프다. 그냥, 정말 영혼은 먹히고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아서.
나는 나한테 딱히 바라는 게 없다. 그래서 대하기도 쉽다. 붙잡고 보채는 일도 잘 없다. 그러니 새벽 시간에 눈앞에 두고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기도 쉽다. 그래봐야 서로를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점심때쯤 눈을 뜨면 텅 빈 감각에 슬픔을 느낀다. 마음 안쪽이 꽉 차있는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지도 잘 모르겠다.
새벽 세 시부터 일곱 시까지는 마음 안쪽이 문을 연다. 별생각 없이 놀러 가면 문을 열어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민다. 마시고 가라고, 그런 권유를 하고 지나치면 지나치는 대로 문을 닫아둔다 했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찻집 주인의 권유를 거절한 적은 없다.
그 찻집의 주인은 살갑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방문하는 걸 꽤나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찻집 주인이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요?"라는 나의 물음에, "제가 기다리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서요." 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특이한 찻집이라 생각했다.
내가 차를 마시고 테이블에 자질구레한 할 것들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찻집 주인은 나에게 말을 거의 걸지 않았다. 나도 사람한테 말 거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 괜찮았다. 이따금씩 찻잔이 비었다 싶으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새로운 차를 따라 주는 것이 다였다. 조용하게, 조용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무언가 괜찮은 화제가 떠올랐는지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차 주전자가 모두 비고 나면 그 사람은 조용히 안채의 문을 열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것이 곧 '영업 종료'라는 말과 같다. 일곱 시. 슬슬 주변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쯤이면 나도 마음의 문을 조용히 닫고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냥저냥, 그렇게 새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