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by 이지원

잠결에 악몽을 꾸었다. 모르는 사람이 두고 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내두르는 팔만 보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피를 잔뜩 흘리면서.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몇 번이나 말해도 도통 듣지를 않았다. 굵은 고함소리는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되었고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덕분에 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어딘가 찝찝한 꿈이었다.


점심은 간단히 먹고 안방 침대에 올라가 고양이와 함께 누워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어릴 적에는 이런 날이 많았는데 말이다. 먹어 가는 나이만큼, 당연한 줄만 알았던 것들이 자꾸만 사라진다. 아마 시간이 더 내려 쌓이고 나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겠지.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잠들어 있든 온 힘을 다해 깨어 있든 내일이 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당장 오늘이라도 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내 손으로 스스로의 시간을 멈춘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안다. 그래서 섣불리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실 끝에 달린 종이에는 남은 수명이 적혀 있을까, 어떨까.


나는 내가 죽지 못한 것에 대해 '적어도 아직은 살아있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살라고도 죽으라고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갈 때가 되면 어련히 가게 되겠지. 그래도 아직은 내가 할 일이 많이 남았나 보다.


뭔가 뜻이 있어서 태어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태어난 것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도,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살아갈 의지가 조금이라도 나온다.

그렇기에 오늘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저 그런 것, 모든 것을 조각내어 생각했고 가장 끌리는 것을 찾아다녔다. 마냥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아까우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심을 찾은 것도 같다. 어릴 적부터 늘 찾아다니던 것이 눈앞에 있었다.


끌리는 건 하면서 살아보자.


죽도록 사랑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만큼 해 보자.

내가 살아가는 삶이고, 내가 선택하는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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