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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Sep 11. 2024

[책서평] 허송세월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김훈작가의 시선에는 죽음이 어려있다. 

날카롭고 직선적인 그의 시선을 통과한 죽음은 가볍고 삶은 무거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

그리고 그것은 불편함을 넘어 불가능으로 서서히 정체를 바꾼다. 

이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뒤를 자꾸 돌아보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것에 또 다른 증거다. 

예전에는, 나 어렸을 때는과 같은 말을 자주 이야기하고 그것에 더 많은 생각이 머물고 있다면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생각해 봄 직하다.



출처 : 포춘코리 매거진


김훈의 문장은 시처럼 압축적이다. 

그의 문장은 단박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문장이 아니다. 

되돌아 곱씹고 새기고 다시 그 뜻을 헤아려 봐야 한다.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가치 있고,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평생 세상에 너무 허망한 말들을 많이 던졌다고 자책하지만 나는 그의 문장을 사랑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아쉬워하며 읽었다.

오래 사시기를 바라고, 힘드시겠지만 앞으로도 문장을 계속 써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죽음은 가볍고, 삶은 무겁다.

무거운 삶을 살며 가벼운 죽음을 그려본다.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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