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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Sep 18. 2024

[책서평] 젖니를 뽑다

젖니를 뽑아내듯 시리고 아린 삶과 사랑의 자국들




너를 밀어내어 나를 지키려 하였다.

너를 밀어내자 삶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오래도록 침전하고 침전하고 또 침전하였다.

내 삶은 왜 이토록 끈적끈적하고 지지부진한 지 몸서리치게 지겨웠다.


가진 것이 없었다.

젊음은 큰 무기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린 지시와  약간의 눈치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의 대가를 챙겨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한 평이 채 되지  않은 공간에서 자주 길을 잃어버렸다.


밤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지구의 자전은 예측가능한 밤을 가져오지만 나의 밤은 어떤 것의 자전으로 찾아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밤이 언제 올지 몰라 환한 대낮부터 이미 질려버렸다. 그러자 모든 낮이 서서히 밤이 되어버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전이 일으킨 어둠은 포악하고 잔인했다.


인간이 죽으면 소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어서 영원을 사는 것은 또 다른 징벌이었다.

나의 소멸은 육체와 영혼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남아 있는 나에 대한 기억까지 없어지는 완전한 소멸을 의미했다. 사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일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온전한 삶과 완전한 소멸이라고 생각했다.


독립적이고 강인한 삶을 살기에 청년의 시기는 너무 불완전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소신과 능력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이루지 못하고 불안과 자책 책망과 비판으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었다.


나의 젖니는 그렇게 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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