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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Sep 18. 2024

[책서평] 패턴시커

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



병원 로비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봤다. 사람들이 왜 애를 저렇게 울리냐, 시끄럽다, 민폐 아니냐, 애부모는 뭐 하냐고 힐끔거렸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몸전체에서 내는 소리처럼 고통스럽고 무기력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였다. 왜 그렇게 깊은 소리를 내며 우는지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아빠인 듯 보이는 보호자는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 있었다. 그 누구도 그 아이를 달랠 수 없을 거처럼 보였다. 내 일이 아니라는 비겁한 안도감이 들었다가 나도 같이 무기력해졌다.



인류는 무한한 진보를 이루어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공감과 체계화다.
체계화는 사물과 자연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이다. 공감은 타인과 협력하고 견고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이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호모사피엔스의 탁월한 능력이다.


체계화 능력과 공감능력은 한쪽이 뛰어날수록 다른 능력은 줄어드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대체로 체계화 능력이 높은 사람은 공감능력이 떨어졌고, 반대로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은 체계화 능력이 떨어졌다. 둘 다 높은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이 체계화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박적이고, 집요하며, 집중력이 높다. 인류의 대단한 발전을 이룬 사람 중에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최근 진단 기법이 발전하면서 자폐 판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주장이 아닌 실험으로 증명한다. 유전적 요인, 상관관계, 집단비교등을 통해 이 주장들을 강력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자폐 성향을 질병으로 접근하여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들의 특징을 사회가 인정받고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인류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자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장애가 넘쳐나는 사회를 살고 있다. 환경변화, 유해물질 증가, 늦은 출산 등은 육체적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심리사회적 요인과 신경전달물질 이상 등의 생물학적 요인으로 정신적 장애도 늘고 있다.


이 제목의 부제는 [자폐는 어떻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나]이다. 인류는 늘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할 수없다.


우리는 모두 넘치고 부족하다.



#사이먼베런코언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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