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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Aug 22. 2024

[에세이] 내뱉어지는 말과
다듬어진 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싶은 욕심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내뱉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주제와 맥락의 말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화의 문맥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생각하다가 내뱉는 말일 것이다.  혹은 일단 끼어들어보자라는 심보로 아무 말 대잔치를 혼자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출처- 카이스트신문 중

'그 사람 말 참 잘하네' 하는 것은 단순한 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고, 가치관이다. 

말을 내뱉는 태도는  사람의 성격이고, 성품이다. 

그래서 내뱉어지는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그 사람 전부이다. 


뱉어지는 말은 퇴고가 없다.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때문에 말은 더 신중해야 하는데 신중하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의 모자람을 인지할수록 말에 더 진중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

그런 면에서 '아무 말 대잔치'라는 단어는 참 잘 만든 유행어 같다.


드라마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출처- 중앙일보 기사 중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의 말은 논리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서로 비방하는 중에도 문장에 어긋남이 없다.

저런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설령 막장 드라마라 하더라도 대화의 격이 높아질 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드라마의 말이 논리적인 이유는 이미 각색된 대본 때문이다.

문장으로 옮겨졌다 내뱉어지는 말은 논리적 완결성을 거쳐간 말들이다.

어쩌면 그것은 말이라기보다는 글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 글을 배우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과 생각을 섞어 다시 말과 몸짓으로 토해내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여러 사람에 의해 다듬어지고, 찍는 과정에서 보완되고,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말은 그 말이 무엇이든 문맥과 합리성에 어그러짐이 없다.



나는 김훈의 문장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날카롭고 선명하다.

기자 출신인 그의 사실적이고 명확한 글을 읽을 때마다 나의 주절주절한 말과 글이 부끄럽다.

단문형으로 쓰인 그의 그들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짐에도 어색함이 없다.

그것이 김훈의 능력이라고 글을 쓰는 분들은 평하곤 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그리하여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등의 많은 표현들로 문장을 덕지덕지 있어놓지만 김훈은 매듭하나 보이지 않게 문장을 엮어간다.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고민이 그 문장 속에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 퇴고할 수 없는 말은 이보다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매번 내가 하는 말을 문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말로 꺼낼 수는 없지만, 말을 마음으로 속에서라도 퇴고하고 내뱉을 수 있다면 자기 전 이불킥을 불러오는 부끄러운 말들은 줄어들 것이다.

말의 내용이 명징하다면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쓸데없는 말들이 여기저기 부딪치며 여러 사람의 시간과 생각을 잡아먹는 모임에 다녀왔을 때의 그 허무함과 피곤함을 너무 잘 아는 터이다.  오디오가 겹치면 내 오디오라도 꺼보자. 

나이가 들수록 말에 대한 깊은 무게감을 느낀다. 

퇴고할 자신이 없다면 '그 입 다물라!'라고 나를 엄하게 꾸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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