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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

by 이도한

우리 삶은 수많은 정보와

그로 인한 다양한 감정과

고통과 쾌락으로 가득 차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생각을 말끔히 비워야 할 순간도 있다.

물이 고이면 결국 썩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그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

혹은 작은 주먹 안에

어렴풋한 무언가를 꼭 쥐고 있는다.

그것마저 놓아버린다면,

우리는 다시 삶의 중심을 잃고

쉽게 휘청거릴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과 회의감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야금야금 좀먹으려는

바로 그 순간에도,

그들의 침략에 그저 배를 완전히 드러내고

눕지는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들에게 육체는 내줄지언정,

모든 정신과 삶을 내주지는 않는다는 각오로

고통을 맞이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 감정의 파도들을 마주한다고 해서

당장의 고통이 크게 경감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파도가 지나가고 나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명한 사람 입장에서는,

파도가 지나간 후의 평온과

자기 확신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는

그 평온이 영문 모를 뜻밖의 행운일 뿐이다.

그렇기에, 다음에 나를 덮칠

더 큰 파도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다.

그 평온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 상태에서 파도를 마주한다면,

그 사람은 크게 당황할 것이다.

현명하게 다음의 파도를 마주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쉽게 중심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평온이 끝나갈 때쯤,

더욱 거친 파도가 으레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예상했고,

그렇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에게 새로운 파도는

중심을 잡는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주는

양분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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