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한 Jul 01. 2023

삶이 엉망으로 느껴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파도와 돌풍이 지나갔다.

중심을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냥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이 파도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흐름을 느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우선 판단을 유보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결국 제때 정신이 들었을 때의 내가,

으레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 파도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었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려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었다.

이 파도는 지나갈 것이고,

결국 머지않아

나도 모르게 나는 두 발을 딛고

우뚝 일어서서 다시 중심을 잡고

신나게 파도를 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한 믿음은

세상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믿음이다.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가고 있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세상에 대한 믿음.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보다 일들이 잘 풀리게 된다.


사실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뿐이기에.

세상은 결국 나의 표상일 뿐이기에.

그 믿음과 확신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한 번 가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고통의 파도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적어도 우리가 재가되고,

우주의 일부가 되기 전까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하다.

인생은 어쩌면

그 확신과 믿음을 얻기 위해

매 순간 고군분투하는

과정일 뿐일지 모르겠다.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향한

영원한 욕망과,

언젠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힘겨운 파도를 지나 보내고 나면,

중심을 잡는 몸의 감각은

더 날카로워진다.

성장한다.


처음엔 미약할 수 있지만,

결국 추진력은 더욱 강해진다.

그것은 확실하다.


비슷한 높이의 파도가 오더라도,

크게 겁나지 않는다.

한 번 해봤기에.


더 작은 높이의 파도가 오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더한 것도 해봤기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위를

묵묵히 가로지르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결코 두렵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