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파도와 돌풍이 지나갔다.
중심을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냥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이 파도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흐름을 느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우선 판단을 유보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결국 제때 정신이 들었을 때의 내가,
으레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 파도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었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려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었다.
이 파도는 지나갈 것이고,
결국 머지않아
나도 모르게 나는 두 발을 딛고
우뚝 일어서서 다시 중심을 잡고
신나게 파도를 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한 믿음은
세상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믿음이다.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가고 있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세상에 대한 믿음.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보다 일들이 잘 풀리게 된다.
사실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뿐이기에.
세상은 결국 나의 표상일 뿐이기에.
그 믿음과 확신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한 번 가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고통의 파도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적어도 우리가 재가되고,
우주의 일부가 되기 전까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하다.
인생은 어쩌면
그 확신과 믿음을 얻기 위해
매 순간 고군분투하는
과정일 뿐일지 모르겠다.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향한
영원한 욕망과,
언젠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
그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힘겨운 파도를 지나 보내고 나면,
중심을 잡는 몸의 감각은
더 날카로워진다.
성장한다.
처음엔 미약할 수 있지만,
결국 추진력은 더욱 강해진다.
그것은 확실하다.
비슷한 높이의 파도가 오더라도,
크게 겁나지 않는다.
한 번 해봤기에.
더 작은 높이의 파도가 오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더한 것도 해봤기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위를
묵묵히 가로지르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결코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