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의 메모 한 줄의 가치는 최소 10만 달러입니다"
공포에 사라?
트럼프가 관세로 칼춤을 추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공포와 우려로 2025년 4월 4일 금요일 밤, CNN의 공포&탐욕 지수는 5를 기록했다. 가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COVID-19 사태의 악화로 세계적 공포감이 극에 달하던 2020년 3월에 이 지수는 3을 기록했었다. 또한, 공포&탐욕 지수가 만들어지기 3년 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공포&탐욕 지수는 1~2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지수가 최근 4~5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보자, 자연스럽게 투자의 바이블인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파일로 정리해 놓은 서고를 뒤적이다가 얼마 되지 않아 그 구절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사지 않을 거야. 누가 봐도 리스크가 크거든."
이는 내가 살면서 참 많이 들었던 말이며, 또한 내가 참여했던 최고의 투자 기회를 만들어준 말이기도 하다. 진실은 이렇다. 다수의 투자자 집단은 잘못된 예측을 함에 있어 리스크에서나 수익에서나 매한가지다.
어떤 것을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리는 시장의 예측은 거의 항상 틀린다. 대체로 진실은 그 반대이다.
나는 투자에서 리스크는 가장 인지되지 못하는 곳에 가장 크게 도사리고 있고, 반대로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곳에 가장 적은 리스크가 있다고 확신한다.
모두가 어떤 자산에 리스크가 있다고 믿어서 매입을 꺼려하면, 결국 자산 가격은 리스크가 전혀 없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가격에 포함되어 있던 낙관론이 모두 배제되고 부정적인 의견이 확산되면 리스크가 가장 적은 투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니프티 50의 투자자들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어떤 자산이 리스크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모두가 믿게 되면, 결국 앞다투어 그 자산 가격을 올림으로써 리스크는 엄청나게 커진다.
사람들이 어떤 리스크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데 대한 보상(즉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지도, 받지도 못한다. 그런 상황이야말로 리스크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산의 질과 가격에 반비례하며, 어떤 자산이 위험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자산의 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량 자산이 위험하고, 비우량 자산이 안전할 수도 있다. 이는 단지 자산에 얼마를 지불하는가 하는 가격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다’ 2007년 4월 26일 메모)
모든 것이 암울해 보일 때 주식은 가장 싸다. 우울한 상황에서 주가가 바닥을 지키는 이때는 소수의 기민하고 과감한 저가주 사냥꾼들만이 주식을 매수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다 이들의 매수가 얼마간 주목을 끌어서일 수도 있고, 전망이 조금 나아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장 상황은 호전되기 시작한다.
얼마 후 전망이 좀 더 나아지면서 사람들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시작하지만, 아직 주식을 매수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물론 경제와 시장이 중환자 명단에서 빠지고 나면, 사람들은 주식을 매수하면서 좀 더 공정한 가치가 반영된 가격을 지불한다. 그리고 결국 경솔함이 끼어든다.
경제 호전과 기업 수익 향상에 고무되어, 사람들은 경제를 예측하는 일에 적극적이 된다. 그러다 상황이 호전되던 초기에 과감하게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에 흥분하고 부러워하며 동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주기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수익이 계속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다음의 격언을 좋아한다. “현자가 시작한 일을 바보가 마지막에 뛰어들며 마무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강세장의 후반기에 사람들은 호황이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기꺼이 주가를 지불한다는 뜻이다.
-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2001년 11월 20일 메모
시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 가운데 이처럼 시계추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은 대단히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 추가 아치를 그리며 얼마나 멀리 움직일 것인가.
- 무엇이 움직이던 추를 멈추게 하고,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오게 하는가.
- 방향 전환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
- 반대 방향으로 얼마나 멀리 움직일 것인가.
강세장의 상황이 계속 유지되려면 시장 환경이 탐욕, 낙관주의, 과열, 확신, 리스크 허용, 쉽게 믿는 성향, 대담성, 공격성 등의 특징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특징이 시장을 영원히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내 공포, 비관주의, 분별력, 불확실성, 리스크 회피, 의심, 신중함, 절제 등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황은 호황의 소산이기에, 불황의 원인은 반락(오르던 시세가 갑자기 떨어짐. 반등의 반대어)이 시작된 특정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전의 호황으로 인한 과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2008년 1월 10일 메모
역투자의 본질을 그 누구보다 투명하게 꿰뚫는 하워드 막스의 메모이다.
다시 한 번 공포&탐욕지수를 들여다보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신용대출 한도를 살짝 열어도 될 기회가 몇 년 만에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사이클은 명확히 존재한다는 막스의 통찰을 활용할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나친 확신을 경계하고, 근거없는 두려움을 외면하라는 격언을 되새기며, 나는, 그리고 시장은 지금 어떤 지점에 서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답은 여전히 ‘고’였다.
내가 직장에 평일 09시부터 18시까지 직장에 나가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얻는 것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뿐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에 기인한 나의 신용 또한 그 희생의 대가이며, 현명한 투자자라면 그렇게 애써 벌어들인 신용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한다.
거인이 될 수 없다면, 그 어깨 위에 올라타라
고성장이 멈춘 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사다리의 윗부분에 올라가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믿는 두 가지 선택지는 '사업'과 '투자'이다. 그중 사업은 특히나 희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높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에 제대로 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 나로서는 그 삶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초창기에는 그렇다. 그만큼, 단순히 '돈'을 넘어선 개인적이고 내적인 어떠한 대의명분이 있어야만 지속 가능해 보인다. 그 대의명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실패하면 그 순간까지의 모든 것이 끝이다.
물론 많은 성공한 사업가들은 강연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들 말한다.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결코 그러한 성공을 구경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들의 삶에 있어서는 그것이 진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만 믿고 무모한 시도를 하기 전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성과를 이룬 사람들만이 말할 수 있는 특권이다. 현실은 차갑다. 자연선택은 결코 시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공이라는 열매를 내어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걸어볼 것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더 많고, 그때의 실패는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괴로운 실패일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특정 수준 이상의 성공에 있어 많은 부분은 노력보다는 운이 그 성공을 좌우한다. 나는 노력만이 성공의 유일한 열쇠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클리셰적인 성공 포르노를 잘 믿지 않는다. 전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다음으로 눈을 돌리는 곳은 투자이다. 사업에 비해 투자는 상방은 비슷하게 열려있으나, 하방은 원금 손실일 뿐이다. 사업만큼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삶을 갈아 넣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물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사업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근로소득 노동자들에게 있어 투 트랙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또한, 스스로 거인이 될 수 없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는 말에 맞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기도 하다.
어쨌든, 모든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결과적으로 간단한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을까?
방법론은 무수하지만, 정답은 없는 문제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무수하다. 가치투자, 성장투자, 기술적 분석, 장기 투자, 퀀트 투자, DCA, 저평가 우량주 투자, 스윙투자, 안전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레버리지 투자, 올웨더 포트폴리오, 단기매매 등.
머리가 아플 정도로 사람들은 용어를 만들어낸다. 이 용어들은 동일하거나 겹치기도 하고, 비교 범주 대상이 아예 다른 것들도 많다. 큰 의미가 없다.
굳이 이렇게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각자의 성향과 기질에 맞는 방법을 따르면 된다. 피터 틸의 '거듭제곱의 원칙', 더 흔한 말로는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되는 지점이다.
어차피 수많은 결정 중 20%가 결과의 80%를 좌우한다. 주변에 시끄러운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은 오히려 판단에 독이 된다. 정보인 것처럼 보이는 소음들을 가능한 최소치로 줄여야 한다.
글로벌 관세 전쟁과 침체 우려 등 혼란스러운 바로 이 시기가, 이러한 투자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자리 잡게 해 준 책 중 하나인 하워드 막스의 메모 모음집, '투자에 대한 생각'에 담긴 지혜와 통찰들을 정리해 보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
하워드 막스, 그는 누구인가?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시카고 대학교 MBA 과정을 수료한 하워드 막스는 세계 최대 대체 자산 운용사인 오크트리 자산운용사의 공동 설립자이다. 월가에서 그는 '사이클 독심술사'로 불릴 만큼 경제 사이클과 시장 심리의 변곡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도 그의 저서 '투자에 대한 생각[원제 : The Most Important Thing (가장 중요한 것)]'를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투자서 중 하나다."라며 극찬한 바 있다.
또한, 막스의 투자 메모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금융계 인사들이 필독하는 바이블로 통한다. 버핏도 이에 대해 "나는 막스의 편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열어본다"라고 말했다.
수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막스의 메모
이 책은 투자 설명서나 투자 권유서가 아니다. 중간에 한 번씩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수치나 그래프가 몇 번 등장하지만, 대부분이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이다. 실제로 그는 책의 서두에서 그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
애초 투자 설명서를 쓸 생각으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는 주로 나의 투자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철학은 내 삶의 신조이자, 내 투자 인생에서 종교와 다름없다. 그것은 나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주는 지침이었기에, 나는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확신하건대,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은 가장 오래 남을 것이며, 미래에도 여전히 가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투자 방법을 설명하지 않으며, 투자 성공을 위한 절대 비법이나 훈련 같은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또한 상수나 고정비율을 포함하는 가치평가 공식도 일절 포함하지 않았다. 물론 숫자가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숫자나 공식은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또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걸려드는 함정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나의 목표는 투자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내가 가장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투자를 단순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큰 피해를 끼친다. 나는 투자와 관련된 수익, 리스크, 프로세스에 대해 보편적인 사고를 견지한다. 내가 특정 자산군이나 전략을 언급하는 것은 나의 요점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뿐이다.
또한, 막스는 책에서 거듭해서 '투자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잠재 고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는데, 표현이 조금씩 달라도 그 내용은 같다. 즉 ‘당신이 이룬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효과적인 투자철학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갈고닦아온,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매우 숙련된 개인들에 의해 양심적으로 시행되어 온 우리만의 투자철학이다.
그렇다면 투자철학은 어디에서 오는가? 확실한 한 가지는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를 갖춘 철학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철학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오랜 시간 축적된 사고의 총체여야 한다.
삶의 교훈을 통한 배움 없이는 유용한 철학도 생기지 않는다. 나의 경우 아주 운이 좋았던 덕에 살면서 다양하고 유익한 교훈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내가 가진 정도의 철학은 조금만 깨어있는 정신으로 인생을 살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로 인한 결과가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지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이 재발했을 때 앞서 얻은 교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제 주기 속에서 반복적인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경제 사이클에서 '불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자에 대해 '호황'이 왜곡된 환상을 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황'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계좌 수익률이 파란색으로 물들어서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고통스러운 그런 암흑의 시기를 반드시 겪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경험이란, 당신이 원했던 것을 가지지 못했을 때 당신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호황은 우리에게 쓸모없는 교훈만 준다. 투자는 쉬운 것이고, 당신은 투자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리스크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운 좋게도 특별한 시대를 살았다. 1970년대에는 아랍의 석유 통상금지, 스태크플레이션, 니프티 50의 폭락, 주식의 죽음으로 불리던 시기를 겪었고, 1987년에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하루아침에 22.6퍼센트 폭락한 블랙먼데이를 겪었다.
1994년에는 금리 폭등으로 인해 금리에 민감한 채권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고, 신흥 시장의 위기,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사건도 발생했다. 1998년에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2000~2001년에는 테크주 거품 붕괴, 2001~2002년에는 회계 부정 사건이 있었고, 2007~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다.
2020년 - 2021년 사이에 한참 COVID-19 사태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폭발하던 시기에 투자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투자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돌고, 대학생들, 직장인들,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 모두 미국 주식, 비트코인, 중국주식 열풍에 올라탔다. 유튜브와 SNS에는 온갖 투자 전문가들이 나타났었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는 온통 투자에 대한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전문가라며 방송에 나와서 '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투자 대상을 찾으세요. 당신이 아이폰을 좋아한다면 애플 주식을 사세요. 당신이 코카콜라를 좋아한다면 코카콜라 주식을 사고, 그렇게 나이키 주식도 사는 식이죠.'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실제로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그 시기에 모든 위험 자산의 가치는 치솟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사도 올랐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스는 이러한 투자의 단순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투자를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는 ‘전도자’ 유형도 있다. 그들 중에는 투자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도 있고, 순수한 의도에서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의 실적을 종합해보지 않거나, 과거의 실패를 모르는 척하거나, 자신이 입는 손실을 운이 없는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결국 투자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내가 운전할 때마다 듣는 라디오 방송의 객원 해설가 한 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제품에 대해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관련주를 사세요.”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있다
기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결국 이 한마디로 가치투자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의 철학이 좋아서라거나, 사업이 좋아서 주식을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합리적인 가격에 사야만 한다.
- 버블닷컴, 2000년 1월 3일 메모
막스의 투자철학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저평가'와 '리스크‘이다.
투자는 정확히 한 가지로 이루어진다. 바로 미래를 상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누구도 미래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하므로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에 대처하는 것은 투자의 필수 요소다. 가격이 오를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이런 대상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면, 당신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착각은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가장 위험한 원인 중에 하나이며, 거품을 발생시키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경기가 극단적으로 과열된 상황에서 리스크가 낮다는 믿음과, 불확실한 투자임에도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은 대중의 판단을 마비시켜 조심하고, 걱정하고, 손실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놓친 기회의 리스크에 대해 집착하도록 만든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산의 질과 가격에 반비례하며, 어떤 자산이 위험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자산의 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량 자산이 위험하고, 비우량 자산이 안전할 수도 있다. 이는 단지 자산에 얼마를 지불하는가 하는 가격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 ‘모두가 알고 있다’, 2007년 4월 26일 메모
막스는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서 확신할 수 있다는 단 한 가지는 '주기(사이클)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거듭해서 말한다.
투자에는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것이 별로 없다. 가치는 증발할 수 있고, 판단을 틀릴 수 있으며, 상황도 변할 수 있고, ‘확실한 것’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확신을 가지고 고수할 수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 원칙 1 : 대부분의 것들이 주기를 따른다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다.
- 원칙 2 : 수익과 손실을 가져오는 가장 큰 기회들은, 다른 이들이 ‘원칙 1’을 망각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 주기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과 관계에 있다. 물리적인 것들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가령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며, 기계도 동력이 충분히 공급되는 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사나 경제 같은 분야의 프로세스는 인간을 포함하며, 인간은 포함할 때 결과는 다양해지고 주기적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대개 인간이 감정적이고, 일관되지 못하며, 꾸준하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양적인 관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환경 변화, 기술 발전, 기업 의사결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요소들이 주기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과민 반응을 하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주기의 변동폭이 결정된다면, 이런 요소들에 인간 심리가 추가되어야 한다
투자업에 오래 종사할수록 나는 신용 주기의 영향에 대해 더 많이 감탄하게 된다. 자산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경제 자체를 지탱해 주는 신용 가용성에 큰 변동을 생기게 하려면 경제에서 작은 변동만 있으면 된다. 그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 경제는 번영의 시기를 향해 간다.
- 자본 조달자들은 자본 기반을 늘리는 것으로 번영한다.
- 나쁜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출과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 리스크 회피가 사라진다.
- 금융기관들은 사업을 확대하려고 조치를 취한다. 즉 더 많은 자본을 제공하려고 한다.
- 금융기관들은 요구 수익률을 낮추고(예를 들면 금리 인하를 통해), 신용 기준을 낮추고, 특정 거래에 더 많은 자본을 제공하고, 계약 조건을 완화하는 것으로 시장점유율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주기를 무시하고 추세를 추정하는 것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다. 사람들은 성공하는 기업들은 끝까지 성공하고, 초과 성과를 내는 투자는 끝까지 초과 성과를 내며,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투자는 끝까지 실패할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
처음 도전하는 투자자들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전에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어떤 일(예를 들면 주기의 중단)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로 도전하는 투자자들은 그쯤 되면 경험이 있으므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 깨달음을 유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다음에 주기의 중단을 전제로 한 거래를 제안받으면, 그것은 백전백패의 지는 게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시계추의 움직임을 확실히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지 않은 시기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얼마나 꾸준히 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시장 상황이 좋고 가격이 오르면 투자자들은 신중함 따위는 잊고 매입을 서두른다. 그러다 혼란의 시기가 도래하여 자산이 저가 매입 대상이 되면,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할 의지를 잃고 매각을 서두른다.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확신을 가져도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다음은 그중에 하나다. 극단적인 시장의 움직임에는 반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계추가 한쪽 방향으로 영원히 움직일 것이라고, 또는 그 끝에서 계속 머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다. 반면 시계추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슈카월드 = 대중지표?
내가 강세장의 단계에 대해 알게 된 지 35년이 지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약점이 노출되고 나서, 모든 이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칠 것을 우려할 무렵, 나는 반대로 약세장의 3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 : 소수의 신중한 투자자들이 강세가 만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언제나 장밋빛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할 때
-2단계 :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할 때
-3단계 : 모든 사람이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할 때
약세장 3단계 가운데 우리가 현재 두 번째 단계에 오래 있었음은 확실하다. 암울한 뉴스와 절망적인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혁신, 레버리지, 파생상품, 거래 상대방 위험, 시가 평가 회계 같은 것들에 위험이 내재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갈수록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우리는 3 단계로 접어들 것이고, 대중은 그쯤 되면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며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권이 종말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의 바닥은 밀물 또한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잊을 때 찾아온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 썰물, 2008년 3월 18일 메모
최근의 미/중 관세 전쟁과 경기 침체 우려는 위의 '썰물'이라는 메모에서 막스가 말한 2~3단계 사이 어딘가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올해 안에 이 스테이지를 벗어날 것인가를 묻는다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결국 막스가 말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 '모든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들을 의미한다.
이 '대중들의 심리'라는 지표를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대표적인 채널들이 있다. 뉴스, 기사, 유튜브, SNS,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다. 이러한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정보들은 투자의 관점에 있어서는 대부분 무가치한 정보들이다. 수천 만 명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투자를 한다면, 그들과 같은 결정을 할 것이고, 결국 막스가 말한 '역투자'와 전혀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다.
나 또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제/예능 방송 채널인 슈카월드의 구독자이다. 그 채널은 유익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 있어서는 다른 의미로 활용한다.
그러한 대형 채널은 가장 좋은 대중 지표이다. 그 채널의 댓글들과 조회수, 반응을 보면 대중들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1차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특정 기업에 대해 비관적인 댓글이나 비방, 욕설을 쏟아붓는다면, 그 기업의 실제 현황을 살펴본다. 최근 실적발표와 어닝콜, 재무제표 등 그들의 현재 행보들을 샅샅이 뒤져본다.
실제로 그 기업의 펀더멘털에 큰 이상이 없는 데에 비해 비관론이 대부분인 상태라면, 높은 확률로 그 기업의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완벽한 지표는 아니고 1차적인 참고 지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농담이 있다. 바로 '슈카 지표'이다.
구독자가 360만 명에 달하는 대중적인 경제 유튜브 채널인 '슈카월드'에 테슬라를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대부분의 해당 채널 구독자들도 댓글로 함께 조롱할 때가 바로 '저점'이라는 밈이다. 해학의 민족인 대한민국인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 웃자고 하는 소리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꽤 의미 있는 통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의 영역이다.
막스의 대표 저서 '투자에 대한 생각'은 하나의 짧은 글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카테고리별로 정리를 해볼 예정이다.
투자의 의의는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물론, 개인의 삶에 있어서 주된 목적은 대부분 그것에 가까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투자라는 행위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근본적인 원리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롭고, 스마트한 사람들에게 자본을 기꺼이 제공함으로써 공리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1000만 달러를 운용하는 것보다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 젠슨 황, 마윈과 같은 현인들이 운용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더욱 이로운 일이라고 확신한다. 거시적인 전인류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말이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이는 없는듯 하다.
또한, 막스의 말대로 '투자는 미래를 상대하는 일'이다. 투자를 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한 삶은 언제나 설렌다. 때로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도, 때로는 비관적인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과,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지, 우리의 직업은 어떻게 될지, 우리의 일상과 우리 자녀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한다면, 하루하루의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투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틀과 사고하는 프레임 자체가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배당수익이나 시세차익과 소정의 자유는 달콤한 보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