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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허상

by 이도한

감각에는 언제나 맹점이 존재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필연적으로 진실과 거리가 있다. 감정은 더더욱 그러하다.


분노, 좌절, 슬픔, 우울, 실망과 같은 감정들을 나는 최대한 믿지 않으려고 한다. 행복과 기쁨이라는 달콤한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그것들은 한순간 지나가는 화학작용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정 자체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살아가면 삶은 언제나 불안하게 요동친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가는 삶은 평온과는 거리가 멀다. 시끄러운 전장 속에서 살아가는 삶에 가깝다.


참을 수 없는, 끓어오르는 분노라는 감정의 목소리를 믿고 어떤 행동을 행한 후에 후회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슬픔과 우울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감각과 감정은 그 자체로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때때로 그들은 의도적으로 우리를 기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슬픔과 우울도 마찬가지이다.


더 위험한 것은 기쁨과 행복이라는 마약이다. 영원할 것 같은, 우리가 영원하길 바라는 그 감정들은 결코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결국 그것들도 한 순간 사라지는 환영에 불과하다.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그것들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마치 아무런 의도도 없이 선한 척하며 우리의 판단을 흐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자만과 오만은 대개 그것들로부터 나오고, 무력한 삶은 대개 자만과 오만에 기인한다.


그러나, 삶이라는 서사에 있어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가치라면, 감정 그 자체에 깊이 탐닉하며 살아가는 것도 결코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빨간 약을 먹든, 파란 약을 먹든 각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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