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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한 Jun 12. 2023

인연이란 것은

왜곡으로부터

인연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른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싹트기도 한다.

처음 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첫 느낌은 굉장히 중요하다.

상대방을 처음 봤을 때,

처음 대화를 나눠봤을 때의 첫 느낌은

우리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

첫 느낌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중요한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첫인상에 크게 신경 쓰며,

인터넷에 수많은 방법론들이

제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 첫 느낌이 희미해지기 전에

짧은 시간 안에 다시 그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첫 느낌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의 색을

채워줄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만남 이후와 두 번째 만남 간의 텀이

비교적 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은 우리에 대한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 첫 만남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느낀

편파적인 정보를 통해 상대를 판단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다. 일주일만 지나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눈은 쌍꺼풀이 있는지

코는 큰 편인지 작은 편인지

입술은 도톰한 편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도

확신할 정도로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의

덩치가 큰 정보들만 구름처럼 떠다닐 뿐이다.

이 모든 일은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난다.


인간의 기억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특히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현대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처음 만났던 사람에 대한 기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구태여 낯선 사람에게 에너지를 쓰기에

우리의 뇌는 하루에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소화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것이 우리의 머릿속에

혹은 가슴속에 끈질기게 남아있을까?


그중 하나는 그 사람을 봤던

전반적인 상황과 느낌이다.

인간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오랜 관계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 아닌 한,

적어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무의식은 크게 관심을 주고

뇌에 정확하게 저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굳이 이렇다 할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혹여 그 순간에 그 사람에게

이성적인 끌림을 느꼈더라도

처음 본 사람에 대한 기억에

우리의 뇌는 딱 그 정도만큼의

에너지를 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그 사람을 기억하고,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 그 사람을 처음 봤던

상황과 감정 그리고 우리가 느꼈던

우리만의 느낌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그때 나는 어떤 상황에서 그 사람을 만났는가.

그때 나는 무엇을 하다가 그 사람과 대화하게 됐는가.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끌리는 마음을 느꼈는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며 우리는

그 사람이라는 존재를 왜곡한다.


이때 만약 그 첫 만남에 상대방이 이성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면,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을 미화한다. 오로지 자신만의 느낌과

감정만을 근거로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첫 만남과 대화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면

사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재료는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이미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확증편향적인 타인에 대한 기억은

처음 봤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야

비로소 객관성을 찾아 중화되기 시작한다.


내가 미화했던 상대방에 대해

어느 부분에서는 실망할 수도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기대보다도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두 번째 만남 이후에는

첫 만남 이후보다는 그나마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성이라면

대개 그 미화의 과정은 두 번째 만남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제 초기 단계는 끊임없는

미화와 왜곡과 확증편향의 확대단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실제로 사랑에 이제 막 빠지기 시작하는 남녀의

호르몬 분비 패턴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그들이 코카인에 처음 중독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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