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기는 하는데 말입니다

백수 같은 사업일지

by 러비


세부적으로 보면 좀 다르지만 어쨌든 전공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며 이거다, 하는 확신이 들었다. 준비하는 데에만 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고, 지금 보면 조금 어설프지만 열심히 제작해서 꽤 많은 양을 만들었다. 확실히 내 전공 관련 분야라 그런지 처음부터 막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특히 이번 상품은 파일로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쿠팡에서 판매를 할 때처럼 택배를 싸서 배송을 하지 않아도 되고, 동대문시장에서 직접 선물을 구성했던 것처럼 내가 원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즉, 이 상품은 앞선 두 가지의 장점을 다 갖추고 있었다. 타깃도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해서 홍보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니 무척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 무엇 하나 생소하지 않은 게 없었다.


게다가 내가 만든 상품을 판다는 것. 자신에 대한 확신이 받쳐주지 않으면 꽤 힘든 거더라. 사실 나는 학창 시절에도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말 잘 듣는 그런 학생이었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이 바닥이기 마련이다. 나는 자신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했고, 그래서 SNS 같은 것도 잘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판매자가 되어 마케팅을 위해 SNS를 운영하고, 내가 만든 상품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이고, 그때 당시에는 무조건 추진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남들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 속마음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어서 나는 내 상품이 다른 사람 눈에 좋아 보일까 걱정했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까 봐 무서웠고, 그것이 정말 괜찮은 상품인지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조금조금씩 우리의 상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다른 경쟁사의 상품과 비교해 봐도 그리 꿀리지 않는다는, 아니 오히려 우리 것이 훨씬 낫다는 비교의식에서 오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그런 비교는 내가 비교 우위에 있건 아니건 간에 아예 하지 않는 게 나았지만 그냥 그때는 그랬다.


이쯤 되면 '이제 성공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봤던 판매 관련 책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이 정도에서 잘 되기 시작해서 순항하는 스토리가 많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 역시 성공이 그렇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결과적으로 소소한 돈을 벌게 되었다. 이전보다는 훨씬 낫지만 월급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정도의 금액이었다. 게다가 나는 한 명의 사업파트너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반으로 쪼개면 더 처량 맞은 액수였다. 내 바람만큼 성공하지 못했고, 그것은 그 이후 더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나서도 여전했다. 사실 스토어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즈음 전공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었는데, 그 일도 처음에는 꽤 쏠쏠한 느낌이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평균수입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두 일을 합쳐서 거의 동시에 진행하느라 처음에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았고, 그것에 지쳐 두 배로 진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도 수입은 계속 제자리걸음이고, 상품을 업그레이드해도, 새로 개발해도 여전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나름대로의 이유를 찾았다. 이때쯤 내가 찾은 '안 되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았을뿐더러, 시장자체가 작기 때문이라고. 그 사이에 사실 여러 번 낙담했다. 상품을 업그레이드해서 올리고, 새로 개발해서 신상을 내놓고 하는 일들은 판매에 있어서 기본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직접 진행해 보니 체감되는 게 달랐다. 항상 '어떻게'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골이 아팠고 사업파트너와 의견 조율도 잘 되지 않았을뿐더러 그렇게 여차저차 힘들게 개발하고 난 후에도 돌아오는 반응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더 잘, 더 많이 팔기 위해서 진행되는 일인 만큼 그에 따른 기대 심리가 없을 수가 없었다. 매번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속으로는 또 조금 기대하게 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혼란스럽고 울분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하고 나서 시작한 일. 가족에게만 알렸지만 사실 가족에게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항상 일이 잘 안 돼서 제자리인 모습, 일은 계속하는데 소득은 별로 없는 모습을 오래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내기를 바랐고, 빨리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간절함이 있었고, 그 속에 두려움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압박감도 심해졌다. 도대체 언제, 성공할 수 있나. 성공할 수는 있는 걸까? 상황이 답답했다. 모든 것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가끔 나는 내가 백수인지 사업자인지 헷갈렸다. 사업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백수 같은 면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분명 이것저것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직장에 다니던 것만큼 성실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날 항상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항상 충분치 않았고,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휴식시간이 있어도, 남들은 지금 직장 가서 일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과 압박감으로 가슴이 죄어들었다.


나는 항상 ‘이제 또 뭘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물음에 빠졌다. 뭔가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내가 원하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내가 한 일을 의심했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를 고민했다. 그저 고민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항상 그 뒤를 따라왔던 건 조급함과 두려움이었다. 그렇게 난 혼란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도전 - 기대 - 좌절 - 혼란의 사이클, 그야말로 부정적 순환고리였다. 심지어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인지하지도 못했다. 이미 너무 그 감정들에 잠식되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이 정도의 ’ 저조한‘ 기분이 기본 텐션이었고, 무미건조한 삶이 언제나 내 바탕이었다. 다만 사업을 하면서 그 기복이 더 심해졌다고 느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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