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파트너'라는 기대와 환상

성공에 대한 집착

by 러비

나에게는 사업파트너가 한 명 있었다. 처음엔 같은 목표를 갖고 둘이 으쌰으쌰 하며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생판 남도 아니고 오랜 시간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업 파트너의 다른 면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나 또한 내가 이렇게나 통제/강박이 심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에 심하게 스트레스받는 것 역시 생각지 못했다. 나는 남은커녕 나조차도 잘 몰랐던 것이다.


첫 몇 개월은 사업 파트너 때문에 정말이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파트너 역시 그랬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 이유를 찾자면 이렇다.


1. 상품을 개발하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감정은 점점 예민해져만 갔다.


2. 나는 그 사람에게 나와 같은 수준의 완벽함을 요구했다.

나도 미처 알지 못한 기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확실하게 정해진 기준과 방향이 있었고, 그에게는 (내가 보기엔) 거의 없었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업이란 것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집중도'가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현저히 낮았음을 의미했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랬다.


3. 사실 처음부터 서로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달랐기도 했다.

나는 퇴사를 하고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면서 뛰어들었고 그는 원래부터 프리랜서여서 그 일을 지속하면서 남는 시간을 '할애'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상황이 어떤 불균형을 만들어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갈등은 계속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에게 이 정도의 수준에는 맞추라고 요구하고, 그는 그런 상황에 지쳐갔다. 나에게는 그 모습조차 거슬렸다. 이 정도도 안 하고 무슨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건지,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이 정도의 시간으로 어떻게 성공을 하겠다는 건지.


뭐든 대충대충 하려고 하고 일을 빨리 끝내려고 하고, 의견조차 잘 내지 않는 그를 보며 내 마음은 계속 분노가 쌓여갔다. 반면 그는 사사건건 사소한 것까지 꼬투리 잡고, 자꾸 할 일을 추가하며, 의견을 내라고 닦달하는 나에게 분노가 쌓여갔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업의 방향성이 흐려질수록, 성과가 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더 그랬다. 나에게는 뒤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참지 못하고 몇 번이나 같은 일로 싸웠고 그때마다 나는 정말 좌절했다. 아무것도 이룬 건 없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과도 계속 어긋나고. 너무 화가 나고 이 상황이 싫어서 슬펐다. 해결책이 안 보인다는 게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이럴 때는 보통 사업도 방향성을 잃고 방황할 때라 더 고통스러웠다. 앞이 안 보이고 우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의 시간이 몇 번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은 참 공평해서 그러고 있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털고 일어나졌다. 아마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다시 밑바닥에서 이번에는 어떻게, 뭘 해봐야지 하면서 또다시 우리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아 이건 아니었다.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고 좌절하고 또 싸우고를 반복했다.


싸우고 화해할 때마다 사업파트너와 이런 상황일 땐 이렇게 하자, 하고 정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일은 매번 반복됐다. 서로의 생각과 그 '적당한'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나도 참는다고 참고 그도 참는다고 참았지만 일이 해결되기는커녕 둘 다 억울함, 피해의식이 생겨났다. 그렇게 참고 인내하고 또 부딪히면서 점점,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되었다. 물론 한 순간에 이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기에 이 일도 아주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되었다.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고, 또다시 봄, 여름, 가을이 오는 순간에도.


빨리 상황이 변화하기를 바랐고, 빨리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사방이 단단히 막힌 것 같은 답답함과 조급함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면을 세우기 위해서는 빨리 성공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점점 더 고립되고 있었다.


나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라며 많은 것들에 벽을 쳐놨기 때문에 가족여행을 제외하고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었고, 나를 위해 투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이 마음을 조금이라고 풀기 위해 한 거라고는 아주 간혹 책을 사서 카페에서 혼자 책 읽기 정도뿐이었다. 심지어 그런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정신적 피폐함은 계속되었다. 인생이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생기가 없었다. 와중에 사이드잡을 구해 어느 정도의 용돈만 벌었다.


한편으로는 익숙하기도 했다. 내 인생은 줄곧 이런 식이었다. 중학교에 접어들었을 시점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나는 억눌려있었고 20대 내내 이런 약간의 우울감과 무기력, 고립과 좌절을 반복해서 겪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일 년쯤 되어 돌이켜보니 나는 결국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사업뿐만 아니라 내 마인드를 변화시키겠답시고 긍정 확언 같은 것들을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아니 나는 왜 그럴까. 나는 아직도 수많은 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것 아닐까? 그것이 항상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닐까? 내 현실이 변하지 않는 근본적이고 가장 큰 원인이 여기 있는 것 아닐까? 성공이라는 건 결국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지만 그 운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운이 들어오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의문만 내 머릿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