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중한 저렴이 수첩
근 30년간 나와 투쟁하던 어느 날, 성공하기 위한 다른 방식을 발견했다. 비단 사업적인 성공, 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생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나와 투쟁하던 이유도 어찌 됐든 바로 내가 잘 되기 위해서였던 만큼, 나는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에 매우 혹했다. 내가 30년간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결과가 고작 이것인데, 다른 방식이 있다면 그걸 따르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었다.
아인슈타인이 그러지 않았던가.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상당히 과격한 어조지만 그 말 자체에는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해묵은' 감정, '낡은' 습관과 태도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 '명상'을 하는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인생이 잔뜩 꼬인 것 같고, 헤어날 길이 안 보이는 이 순간에 이것에 대한 필요도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퇴사한 후 내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성공이 멀게만 느껴질수록 내 마음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 마음을 무시하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일은 내겐 익숙한 일이었지만 나도 이젠 자리를 잡았어야 하는 나이라는 위기감이 더해졌다. 거의 마지막인 것 같은 느낌으로 사업이라는 배에 올랐기 때문에 더욱더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코너까지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은 내 인생, 보이지 않는 미래가 암담했다. 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쳐서는 내가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만든 것은 파트너 때문이 아니라 나의 통제/강박과 빨리 성취를 이뤄내고 싶은 조급증 때문이었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사업에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하등 도움 따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여러 자기 계발 서적(대부분 명상을 동반한)을 읽고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에너지 속에서는 나는 절대 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빨리 성공하고 싶고 빨리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을 꽉 움켜쥐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마음은 앞으로 불안, 초조, 강박, 통제, 스트레스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나는 이미 불필요한 긴장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부정적 순환고리를 돌고 있었다. 비단 사업을 할 때뿐만 아니라 그전에도. 자유를 찾아 나서고, 행복을 찾아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던 이유. 내가 과거부터 줄곧 반복해 오던 '부정적 삶'에서 내 마음이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가. 그냥 마음을 바꾸면 된다.
참, 말은 쉽다. 내가 쓰면서도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을 느낀다. 내가 어떤 마음을 취하고 있었는지는 이제 알았지만 그것을 바꾸고, 끈기를 가지고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깨달음은 그것을 주시하지 않으면 금방 또 잊어버리고 만다. 계속 그 말을 새기고 새겨야 간신히 기억해 내는 게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간신히 아주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 작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일기 같은 것이야 간간히 써오긴 했지만 정확히 말해 그건 일기라기보다는 화풀이 수단이었다.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뭔가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길 때마다 나는 블로그나 일기장에 글을 잔뜩 쓰곤 했는데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라 블로그는 아예 폭파해 버렸다. 나만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달까.
이제 그런 것보다는 내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2023년 6월 어느 날부터 나는 이 작은 수첩에 책에서 본 기억하고 싶은 글귀, 내가 깨달은 내용들을 적기 시작했다.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이 수첩을 쓰기 시작했음에도 이 수첩의 정체성은 '명상 기록'같은 느낌이어서 언젠가부터 그냥 편하게 명상 일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은, 방심하는 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항상 내 마음을 관찰하는 것, 그것이 내 과제이자 임무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약간의 성취를 풀어보자면, 첫 번째는 내 감정을 더 잘 알아챌 수 있게 되었고, 두 번째는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세 번째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취해야 할 자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비유를 해보자면 이렇다. 이전에는 내가 드넓은 바다에서 나무로 엮은 허접한 배를 타고 도대체 어딘지 모를 곳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느낌이다. 마음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나를 거친 파도 위에 데려다 놓느냐, 평평하고 안전한 대지 위에 올려다 놓느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홀로 고독하게 마음을 수양하는 일은 차라리 간단하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에 이 내용을 적용시키기란 정말 까다로웠다. 어느 순간 또 잊고 원래의 나대로 살다가 다시 수첩을 보고 기억해 내고, 다시 쓰면서 다짐하고, 한번 더 책을 읽는 과정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다이소에서 1000원 주고 산 이 저렴한 수첩은 점점 더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