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잡기
언제나 그랬듯 사업파트너와 나는 다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시작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와서 또 다른 분야로 옮길 수는 없었다. 이미 (소소하지만) 기반도 쌓였고, 그리고 뭔가 획기적인 상품을 내면 분명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즈음에 다른 업체에게서 협업제안이 있었는데, 일이 잘 안 풀렸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쓴 맛을 봤지만 그 일을 계기로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거라면 잘 되지 않을까. 거기에 더해 해외 시장에도 도전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항상 그때는 그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다시 심기일전해서 제작에 들어갔다. 여전히 쉬운 게 없었다. 새로운 걸 하면 그만큼의 정보와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매번 새로운 것들을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만 진행하느라 머리가 아프고 시간은 속절없이 가버렸다.
시간에 대한 죄책감마저 들었다. 사업이 잘 안 풀린다고 느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다른 시도들도 해봤으나 다 오래가지 못했다. 사업을 한다고 밤낮으로 매달려있던 것도 아니고, 일주일 내내 일만 한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을 다 활용하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이 나를 찔렀다. 사실 이 죄책감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있어서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나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바쁘게 살아야 성공한다는 진리에 대해서 의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을 하면 더 열심히, 더 일에 매달려서, 놀거나 여행 가는 모든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우선순위가 사업이 되어야 하고, 사업에 내 삶을 바쳐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믿음 때문에 사업 파트너와 매번 부딪혔던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초반과는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이제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는 한편, 명상을 통해서 내 고통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명상을 하면서도 모든 일이 '지금 당장' 좋아지길 바랐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하지 않으면 이걸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급하다는 방증이었지만 그때는 항상 낭떠러지에 있는 듯이 모든 것이 불안했다.
시크릿, 끌어당김, 목표 100번 쓰기, 시각화 등 그전에도 나름 시도해 본 '비과학적' 방법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완벽히 믿기에는 너무 의심이 많았다. 긍정 확언 등으로 내 무의식을 바꾸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느낌이었고, 그렇게 모든 얕은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때의 시도로, 뭔가를 믿고 끌어당기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것만은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더 '근본적'인 것을 찾았던 것 같다. 그게 바로 명상이었다.
무의식을 바꿔놓는 것은 끌어당김을 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예상이 갔다. 사실 그래서 하기 싫었고, 그게 더 올바른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명상을 시작하게 됐다.
일단 명상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당연히 현실이 마법처럼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은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감정을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계속 지켜보았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지켜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투덜거리고 짜증 내고 움츠리고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세상이 그토록 무채색이고 생기가 없고 나에게 무뚝뚝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내 얼굴 표정만 봐도 딱 그랬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에 대해 더 자각하고 내 감정과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되어도 나는 쉽사리 달라지질 못했다. 버튼을 누르면 입력된 코드가 실행되는 것처럼, 나 역시 이미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있었다. 심지어 나에게는 나를 분노하고 불안하고 긴장시킬 수 있는 많은 버튼이 있었다. 그러니 매일 그렇게 속이 시끄러울 수밖에.
이미 내 안에 자동반응하도록 입력된 많은 버튼과 억눌린 기억들, 고정관념이 어우러져 나를 이 현실에 옴짝달싹 못하도록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걸 하나씩 들쳐보는 것이 고통이었다. 하지만 기억이 떠오른 이상 그것을 외면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 모든 걸 다 느끼면 모든 게 좋아질 거란 일념 하나로 나는 감내했다.
이즈음 사이드로 진행한 일들은 숨만 연장시키는 느낌으로 질질 끌어오거나 몇 번 깔짝거리다 거의 다 포기했다. 이제는 다 놔버린 것도 같고, 여전히 이 현실에 괴로운 것 같기도 했다.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