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판매자가 되었습니다

초보 판매자의 고군분투기

by 러비


그렇게, 퇴사 후 온라인 스토어를 시작했다. 내가 처음 도전한 것은 '쿠팡 판매자'였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멋들어진 '온라인 스토어 성공기'를 읽고 나도 당연히 할 수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으로 뛰어든 것이다. 쿠팡 판매자. 간단해 보이지만 상품이고 판매고 사업이고 1도 모르고 살아온 나에게는 모든 일이 생소했다. 키워드를 찾고, 조금이라도 마진이 남는 상품들을 찾고, 내가 잘 모르는 상품들을 위탁 판매한다. 초기 자본금도 없고, 딱히 자본을 투입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선택하게 된 일이었다.


자신의 상품도 없고 뭘 할지도 모르면서 무슨 사업이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내 과정 중 하나였다. 그렇게 쿠팡 판매자로 소득 없는 날들을 보내면서 점점 이 일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품들을 사람들에게 파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많은 셀러들이 나와 같은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데서 마치 양산형 판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심지어 그런 물건을 더 싸게 팔고 있는 많은 경쟁업체를 보며 경쟁력이 없음을 느꼈다.


대량으로 구매해서 내가 직접 판매하거나, 어떤 사업수완을 발휘해서 싸게 띄어오는 게 아니라면 마진이 남기는커녕 손실이 생기는 상품을 그런 식으로 팔 수는 없었다. 재고를 쌓아놓을 공간도, 자본도 없었기에 결국 나는 이 일에서 2개월 만에 손을 뗐다. 조금 팔기는 했지만 마진이 고작해야 천원도 안 되는 수준이라 손해는 안 봤지만 건진 것도 없었다.



그다음으로는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직접 떼와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일이었다. 대충 온라인으로 긁어와 파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상품을 구성하고, 물건까지 손수 공수해서 포장하고 택배를 붙이기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기존 작업의 몇 배의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가 잘 아는 상품, 판매할 대상이 명확한 상품을 팔고 싶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1시간~2시간은 걸리는 동대문 시장에 5번은 방문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동대문 시장이라는 생소한 곳이 어떻게 생겨먹었나 구경하는 마음으로 갔다. 그다음에는 번들로 구성할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 둘러봤고, 아마 물건을 떼온건 그다음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구성하려는 건 '어린이 선물'이었다. 하지만 선물 패키지로 구성하기에는 상품이 생각보다 비쌌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게 목도리였다.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뻐서 사람들이 구매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류의 목도리는 이미 많았지만 선물용으로 구성하면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선물용은 단체로 팔기도 쉽고 구매자도 더 쉽게 지갑을 열 것이며, 받는 사람도 기분 좋고 파는 나도 재밌을 것 같았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선물용 목도리는 이벤트성 계절용 상품이라는 것이었다. 단체구매를 하려면 대형 이벤트(ex. 크리스마스)를 노려야 하는데 아마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이었을 것이다. 서둘러 준비를 해야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쉽지 않았다. 또 아까부터 언급한 나의 한계, 재고와 자본금의 문제 때문에 나는 많은 목도리를 구매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것보다 실패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만약 하나도 팔리지 않는다면? 이 모든 목도리가 재고로 남는다면? 결국 내가 구매한 목도리는 딱 50개였다. 그것마저도 고민 고민하면서 샀다. 나에게는 그 돈이 거금이었다.


나는 양손 큰 봉지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며 처음 경험한 '판매자'다운 일에 조금은 어리둥절했고 조금은 무서웠고 조금은 무거웠다. 포장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동안 받기만 했지 직접 상품을 포장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기에 어떤 포장재를 써야 하는지, 특히 돈과 관련된 부분에서 합리적인 지출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손수 하나하나 포장하고 리본을 매는 과정, 상품을 어떻게든 잘 찍고 어떻게든 상품페이지를 만들어 올리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지만 여전히 퀄리티가 낮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상품을 올리고 안 팔릴까 봐 광고까지 돌렸다. 다행히도, 놀랍게도 주문이 들어왔고 딱 5개 남기고 다 팔렸다. 이벤트성 상품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팔리기는 요원해 보였다. 직접 구성해 팔은 거라 마진이 더 남게끔 하긴 했지만 광고비로 거의 다 썼던 것 같다. 결국 이번에도 남는 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상품을 직접 구매하러 먼 길을 간다는 것, 그리고 웬만한 건 이미 다 올라와 있다는 것, 이 상품을 올리기까지의 노력 대비 안 좋은 결과에 벌써 지쳐버리고 말았다. 특히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으며 한 번에 자본이 많이 투입된다는 점(대량으로 살수록)이 크나큰 단점이었다. 사실 시작하기 전에도 뻔한 일이긴 했지만 또 뭐에 홀렸는지 나는 결국 실행했고, 끝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 척척 판매해서 다 대박 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나하나 힘들고 잘 되지도 않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때는 하나하나 산을 넘을 때마다 그런 우울감이 찾아왔다.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때 생각한 것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뭘까,였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그건 내가 압도적으로 오랜 시간 해온 일일 것이다. 그것이 단 한 가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버리고 온 그것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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