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공? (2)

by 러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어떤 책에서 '대의'라는 걸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읽었다. 뭔지 느낌으로는 알 것 같은데 아무튼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일단 내 목표는 '대의'라는 것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난 오직 내 이익만을 위해, 내 자유와 내 성공만을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시대는 '경쟁'이란 게 너무 당연했으니까. 사업이란 즉 경쟁이었다.


그런데 '대의'라고? 솔직히 마케팅책에서 나오는 단어치고는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내 '대의'라는 걸 만들어보려고 머리를 굴려봤다. 그렇게 해서 여차저차 만들기는 했는데 영 가짜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진짜 '대의'라고 여긴 게 아니라 거짓으로 지어낸 거니 당연했다. 그러니 며칠도 채 지나기 전에 대의라는 걸 무시해 버린 것도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또 다른 많은 책에서는 목표와 비전을 찾는 걸로 시작하곤 했다.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에 내 비전을 생각하라고, 비전보드를 만들라고 했기 때문에 나도 억지로 만들어봤다. 그렇게 완성된 내 비전은 온통 내가 '원한다고 생각한' 소유물에 관한 것이었다. 저택, 고급차, 명품, 퍼스트 클래스, 등등...


나는 내 비전이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억지로 대의를 만들었을 때처럼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편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 불편함의 첫 번째 이유는 이 소유물을 내가 다 가질 수 있을 만큼 내가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을까? 하는 자기 의심이었고 두 번째는 이걸 내가 정말 원하는 걸까? 하는 미심쩍음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불편함을 나는 거부하고, 이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억지로 믿기 시작했다. 그것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전보드를 대충 만들어서 매일매일 보면서 '내가 그걸 갖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내 느낌은 이미 그게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내 비전을 의심하는 걸 그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고작 며칠 하다 말고, 이건 말도 안 돼하면서 결국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마치 억지로 대의를 만들어내곤 내팽개쳐버린 것처럼.


내 비전은 그렇게 10번쯤 바뀌었다. 물론 그 내용이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처음과 끝만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걸 찾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비전이 변경될 때마다 성공이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내 목표도 모르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심과 자책이 들었다. 하지만 대의처럼 집어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부분의 많은 서적에서 '목표'찾는 걸 엄청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으니까.


대의는 사라지고, 내 비전은 10번이나 변경되어 가는 중에 내 사업도 참 여러 번 삐꺽거렸다. 성공에 엄청난 집착이 생겼으니 다른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로 보였고, 내 상품을 '판매'하는 데에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손해 보는 기분이 들어 전략이나 가격도 여러 번 출렁거렸다.


'대의'라는 게 없어서 그랬는지,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 내지는 판매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오로지 내 것만 돋보이게 하려 노력하고, 잘 안되면 사업 파트너와 투닥거리는 둥 많은 부정적 이슈가 있었다.


본인이 즐거워하는 것을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하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내가 함정에 빠졌던 것 같이 경쟁이나 이득과 손해에 덜 민감해진다. 작게 시작하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처럼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말겠다고 덤비면 그만큼의 두려움과 걱정과 집착이 생겨난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감정을 내려놓는 게 더 힘들어진다. 그 만큼의 시간을 투자했으면 이 만한 결과를 얻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더 채찍질하게 된다.


사실 그 누구도 아닌 과거의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인데, 아마 과거의 나에게 이걸 알려줘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인내심'이란 게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장의 성공만을 바라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한들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였으리라. 그렇게, 좋은 나쁘든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가고 나서야 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려서, 어떻게든 외면하던 '인내, 끈기, 기다림'을 마지못해서라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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