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은 계속된다
2024년 12월 31일.
점점 일에 손을 놓던 우리는 올해를 끝으로 우리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문 닫는 것은 아니고 계속 개인적으로 작업하되 이 사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없을 예정이었다.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시키는 것보다 우리가 그렇게 변화를 시도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수익이 있었던 단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약 그 카테고리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2년 넘게 사업을 연명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적지만)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 준 그 덕에 우리가 2년이나 사업을 질질 끌고 온 것이기도 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것 하나만이 남아있어서, 우리는 그것만 지속하기로 했고 그것만이 우리의 진정한 아이덴티티였음을 인정했다. 그 일은 심지어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다른 모든 것들은 다른 업체의 상품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2024년 12월도 빠르게 흘러가는 와중에 우리는 마지막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이 사업을 정말 접는다는 걸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의 일정문제로 떠들고 있었는데, 사업파트너의 말 한마디로 나는 뒤통수 맞은 것 같은 충격과 함께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정말 냉정하게 12월까지의 작업만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무 자르듯이 선을 긋는 그 모습이 나는 왜 실망스럽고 허탈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을까. 아마도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미련이 한가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고 오히려 자신의 시간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음에 즐겁고 후련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한 순간 화가 났다. 하지만 이내 화를 낼 마음도 사라졌다. 그렇지, 정말 끝인데 화낼 일이 뭐가 있겠어. 그 말이 다 맞잖아. 그냥 내가 그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느꼈을 뿐이다. 그러면서 허탈해졌다.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탁 풀리고, 이내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왔고, 그리고 정말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나는 이 2년간 무엇을 해 온 것일까. 그 간의 세월이 아쉽기도 하고, 내면적으로는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내 마음이 고통으로 가득 찰 때 어떻게 날 구제해야 하는지도 안다. 고해, 부정적 순환고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만으로도 이 사업이라는 '경험'의 의미가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경험은 분명 값지다.
물론 내가 뭐 성인, 깨달은 자, 이런 경지에 오른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삶의 여정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사실 지금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제 뭘 해야 할지 고민이고 내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다.
다 내려놓았냐, 사실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성공하고 싶고, 이 다 스러져가는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미련과 집착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감정을 다 받아들이고 평온하게 살 거라고 다짐하면서도 어느샌가 고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여전히 괴롭다. 아니 무서운가? 그리고 또 이런 상황에 놓인 게 싫다. 싫고 괴로운 와중에도 이 모든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해소가 안된 이 감정들이 이렇게 날 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또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하나의 포인트였다. 분명 몇 번이고 마주쳤고, 그때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감정을 느껴주었건만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또다시 얼굴을 치켜드는지. 도대체 이 반복은 언제 끝나는지. 끝나기는 하는 건지.
진절머리 나고 인내심이 닳아 없어져가는 순간, 나는 이 감정이 내 삶을 얼마나 깊고 넓게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거대해서, 고작 몇 번으로는 해소가 안 됐던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무의식적으로 외면한 적도 많았다. 나는 내가 외면한 그 순간들도 사실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할까.
이렇게 솔직하게 쓰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진다.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올 때면 너무 괴롭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데 다 아는 것처럼 이렇게 글을 쓰고 말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그때는 정말 아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혼란이 계속될 때는 다시 내 내면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신호이다. 결국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이 혼란에도 좋은 점이 있다. 모든 누적된 감정은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그만큼만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또 이렇게 압도적인 혼란을 느끼는 이유도 내가 이 감정을 느끼고 풀어줄 준비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아, 이젠 모르겠다.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혼란한 상황과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그렇게 살다 보면 분명 다음 해의 나는 조금 더 달라져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