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동 Apr 21. 2023

카페 서연의집 가는 길

위미마을 둘러보기 2

좀 더 범위를 넓혀 보자.


위미마을은 우리나라 토종 동백나무 군락으로 유명하다. 열일곱 살에 이 마을로 시집온 현맹춘 할머니가 맨손으로 일구어낸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고자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가 뿌리고 가꾼 것이 오늘날의 동백마을을 만들었다.

위미 동백마을

제주의 다른 동백농원들의 외국산 원예종 애기동백나무와는 의미가 다르다. 현맹춘 할머니의 얼이 담긴 우리나라 고유의 동백나무 숲이다.


키가 훌쩍 큰 동백나무가 울타리처럼 마을을 두르고 있다. 사철 푸른 동백 숲에 많은 새가 찾아들어 지저귄다.

동백 숲에 많은 새가 날아든다.

개천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 세천포구를 지나면, 밀감 농원 비닐하우스가 이어진다. 올레길은 황근이 심어진 조배머들코지 돌동산을 한 바퀴 돌아 앞개포구로 올라간다.

조배머들고지

가을에 해국이 피어있던 돌동산 언저리에 자주색 붓꽃이 청초한 자태로 피어있다. 꽃봉오리의 모습이 붓과 닮아서 붓꽃이라 한다. 옆으로 퍼지는 바깥쪽 꽃잎은 노란색 바탕에 자주색 그물 무늬가 있다.

붓꽃

배머들코지 앞에 작년 가을엔 없던 다리가 놓였다. 위미항을 가로지르는 다리다. 배가 드나드는 곳이라 다리가 제법 높다.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 굳이 이곳에 다리를 놓은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리를 오른다.

위미항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새로 생겼다.

하지만 전망은 일품이다. 위미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한라산과 지귀도, 섶섬, 문섬은 보이지 않지만 다리를 세운 이유는 충분히 알겠다. 일종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다리다.

다리 위에서 본 위미마을

다리 아래에는 어민 부부가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위미항은 국가어항이다. 연근해 어업 근거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어구를 손질하는 어민

비가 내리는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밀려와 바위에 부딪친다. 자연적으로 생긴 원담 안은 수면이 평온하다. 바위가 방파제를 대신한다.

자연 원담

제주 해안은 방조제도 돌로 만들어졌다. 방조제에 걸려 있는 재미있는 글귀를 읽다가 카페 서연의집을 지나쳤다가 아내의 전화를 받고 다시 돌아간다.

방조제에 걸려 있는 재미있는 글귀

카페 '서연의 집',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 촬영지다.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주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은 2012년 3월 개봉하여 4백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순수 멜로 장르의 영화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의 의미 카페 서연의집은 찾는 사람들과 함께 기억한다. 첫사랑, 기억, 커피를 키워드로 내건 카페다.

카페 서연의집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아내는 책장에 있는 제주 여행 관련 책을 읽고 나는 바리스타에게 말을 건다.


"이 건물요? '명필림' 소유입니다. 원래 폐가였는데 영화를 제작하면서 사들여 실제로 개축하였어요. 건축학개론 보셨습니까?"


"이 영화. 수십 번 봤어요. 내가 기술 교사였는데, 각 공정 별로 잘라서 건축단원의 수업자료로 활용했거던요."


"아, 교재로 사용하셨군요."


"기획부터 완공까지 집을 짓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교재 만들기가 좋았어요."

카페에 전시된 영화 소품들

"카페 운영은?"


"개봉 다음 해인 2013년 우리가 임대해서 '서연이의집'을 오픈했습니다. 그때 감독, 출연 배우들도 왔습니다. 이 소품들과 영화 포스터도 그때 마련했고요."


"올해 10년이 되었습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이 더 운치가 있습니다."

창을 통해 보이는 위미 앞바다

영화는 '첫사랑의 향수'로 흥행에 성공했고, 이제 그 '영화의 향수' 때문에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여러 점의 사진이 게시된 초가집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경북 봉화에 있는 대안학교 「내일학교」 부속인 사진 말 전문 갤러리 「마음빛그리미」이다.

사진 말 전문 갤러리 「마음빛그리미」

'마음빛그리미'는 지향하는 교육방법이 신선하다. 국어, 영어, 수학 이전에 세상을 교실 삼아 삶을 배운다. 학생들은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농장과 밭, 마을을 지나서 다시 검고 넓은 바위가 깔린 해변을 만난다. 위미마을의 서쪽 끝 해변, 넙빌레다. 시원한 용천수가 솟아나는 넙빌레물은 위미 주민의 노천욕장이다. 바다 쪽은 트여 있어 서귀포 앞바다의 정취를 만끽하며 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넙빌레

봄비는 멈췄지만 파도는 여전히 높다. 위미마을 둘러보기를 여기서 마치고, 옆 동네 공천포에서 버스를 탄다.(2023. 4. 18)


매거진의 이전글 위미마을 둘러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