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그 권리의 품 안에서

by 홍정임

나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겨울왕국의 이야기를 들으러 여행을 떠났다.


이른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서둘러 청양 알프스 마을 얼음 분수 축제장으로 달렸다. 겨울 축제의 명소이자 눈꽃이 만개한 고장은 초입부터 인파가 몰려 북적였다. 거대한 얼음 분수와 정교하게 조각된 다양한 조형물이 미지의 세계 거대한 성채를 옮겨 놓은 듯했다. 나는 한겨울 혹독한 추위를 뚫고 하얗게 피워 낸 신비로운 예술작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 50여 장 중 선별된 20여 장을 간추려 기사로 발행했다.


나는 충남을 알리는 도민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행, 축제, 사는 이야기 등 다양한 소식을 취재하러 자주 여행을 떠난다. 정성 들여 찍은 현장 사진에 자세한 설명을 깃들여 올리는데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온 날에는 할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은 흡족함에 왠지 기분이 뿌듯하다.

어느 날 지인이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라며 핸드폰을 열며 보여 주길래 나도 내가 찍은 사진을 자랑도 할 겸 블로그를 뒤적이는 와중에 얼마 전에 찍어 올린 사진이 다른 사람 기사로 둔갑해 포스팅된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순간 얼음이 되었지만, 다시 눈을 비비고 훑어봐도 분명 내가 발품 팔아 얼음판에서 엉덩방아 찧으며 건진 사진들이었다. 내가 올린 20여 장의 사진 모서리마다 OO 뉴스라고 박혀 있었다. 사진을 도용해 마치 자기가 현장에서 찍은 것처럼 그것도 남이 못 갖다 쓰게 회사 마크까지 버젓이 박아놓은 것이다. 마지막엔 OOO 기자가 취재했다고 쓰여 있었다.

나는 기사를 승인하고 발행해 주는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얼마 전 올린 청양 겨울 축제 사진을 도용당했다며 이래도 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알아보고 전화할 테니 기다리라 했고 몇 분 뒤 벨이 울렸다. 사진을 허락 없이 도용한 기자에게 저작권에 위배되니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다음에도 같은 일이 생기면 연락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다시 그 기사를 찾아보니 내려져 있었다.

사진 한 장이라도 허락 없이 훔치는 행위는 불법이고 범죄다. 사람들은 물건이나 돈이 아니기에 죄책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 들키면 그대로 사용하고 추후 연락이 오면 그때 지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힘들게 애쓸 필요 없이 베끼면 그만이라는 그른 인식은 특히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에서 많이 발생한다. 저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 사용하거나 복제, 이차적 변경을 가하는 행위 모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권리로 창작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열망을 촉진해 다양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이기에 저작물 사용 시 출처를 명확히 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것처럼 창작자의 출처를 속이는 도용은 더 심각한 침해의 행위다. 내 사진을 자신의 것으로 속이고 갖다 쓴 기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의문과 의아함이 머리에서 교차했다.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작가들은 꼬박 밤을 지새우기도, 성과가 여의치 않을 시 다음 해를 기다리기도 한다. 한 줄의 시, 한 장의 그림 그 속에 담긴 건 단지 언어와 색이 전부가 아니다. 시인이 지새운 모든 밤의 고뇌와 어느 화가의 숨결과 노력, 피와 땀이 배어있다. 누군가 쓴 노래도 그 멜로디 속에는 창작자의 손끝이 지우고 다시 쓰고 수십 번 거듭 반복한 사유가 녹아있다. 창작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내적 갈등을 거쳐 생산한 예술가의 자아이자 정체성이다. 고로 창작품은 작가 자신의 일부이기에 산고의 고통을 겪고 나온 탄생이라고 부른다.

저작권 보호는 창작자들에게 의욕의 날개를 달아주고 보호해 주는 등불이다. 작은 빛 하나라도 함부로 꺼지지 않게 지켜주고 보호하겠다는 듬직한 약속이다. 누군가가 창작의 무게를 외롭게 감내해야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창작의 순간과 동시에 시작되는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고 무단 사용과 도용이 난무하면 창작자는 심리적 고통과 의욕 상실로 창작 활동이 위축되고 결국엔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저작권 보호는 단순한 법의 문제를 넘어 창작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며 창작자에 대한 존중의 표시이자 지켜야 할 기본 예의이다. 창작 문화의 생태계가 바로 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저작물을 존중하는 문화가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탄생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니 묻는다. 훔치고 싶은 검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고개 들 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네가 듣고 보고 느낀 그 아름다움의 원천은 누구에게 기인된 건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희생과 인내를 훔치며 눈감아 버릴 만큼 당신은 잔인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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