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호박찜의 참사

by 홍정임

밥 퍼 봉사가 있던 날이었다. 배식 두 시간 전에 봉사자들이 도착한다. 단원들은 테이블을 닦고 냅킨을 채운 뒤 대략 400인분의 식판과 수저 세트를 가지런히 정리 후 입구에 배치한다. 배식 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밖은 미리 온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시간이 임박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역센터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 찾아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그들을 돕는 활동 보조사들이다.

그날 내가 담당한 반찬은 단 호박찜이었다. 초승달처럼 생긴 주황색 단 호박찜이 대용량 반찬통에 먹기 좋게 얇게 슬라이스 돼 겹겹이 포개져 있었다. 반잘반잘 먹음직스러운 윤기가 식욕을 더해 입에 침이 고였다. 겉이 단단한 단 호박은 찜이 되는 순간 예민해 진다. 나는 부서질세라 얇게 썰린 단 호박찜을 집게로 조심히 들어 올려 식판에 놓으며 “맛있게 드세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식판을 든 어떤 할머니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 단 호박찜을 건네는 과정에서 너무 부드러운 호박찜이 힘없이 두 동강 난 것이다. 난 그대로 건네며 “맛있게 드세요”를 하고 말았는데, 할머니는 정색하며 못마땅하다는 듯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것 말고 좋은 것 좀 줘욧”

같은 말이라도 말투에 따라 전해지는 어감이 다르다. 할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면 잘게 씹히고 소화되어 똥으로 나오는 건 마찬가진데 그렇게 화낼 일인가 싶었다. 할머니의 요구대로 다시 바꿔드리고 부서진 건 반찬통 한쪽 귀퉁이에 두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먹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식사를 다 하고 밀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테이블에 봉사단원들이 모여 앉아 뒤늦은 식사를 했다. 나는 할머니가 거절해 한쪽에 밀어 둔 호박찜을 먹었다. 맛있기만 하구만 하면서.

식당 내 바닥을 쓸고 닦고 마지막 정리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집으로 왔다. 소파에 피곤한 몸을 지대는 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봉사 후 마음이 뿌듯해지는 정서적 만족감을 helper’s high라고 한다. 남을 도우면 행복 호르몬 엔돌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되고 면역력이 생겨 몸과 마음에 활력이 솟는다는 연구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 이번 봉사는 그 반대로 우울감을 가져왔다.

나는 그 우울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부정적 감정의 실체를 뒤쫓고 있었다. 그런 와중 갑자기 머리에 한 문장이 스쳤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할머니는 맛있게 먹으려고 이왕이면 보기 좋은 호박찜을 원했나 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 뒤, 나는 항상 나의 선택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었나를 생각한다. 진정한 봉사의 의미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아서 서로가 만족해야 하는 것임을 이번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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