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저녁 산책길에서 요양원의 간호사로 일하는 지인이 말했다. 어르신들이 오지도 않을 자식을 기다린다고. 그 말을 듣자, 양지바른 곳에 오종종 모여 있는 어르신들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 올랐다.
‘재수 없으면 한 세기를 채워야 한다.’는 웃고픈 말이 이젠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마지막 종착지는 요양 시설이다. 우리 모두 거쳐야 할 관문이며 집합 장소이고 언젠가는 이곳에서 모두 만난다.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여정이라 생각하니 문득 삶이 덧없고 뜬구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살 점 새끼들에게 다 파 먹히고 껍질만 남아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니는 우렁이. 결국엔 껍질마저 바스러져 흔적 없이 사라지는 그런 신세와도 다름없는 우리네 삶. 그 삶을 끝까지 부여잡게 하는 건 가슴에 반짝이는 별 때문이다.
껍데기와 별
알맹이를 잃어버린 낡은 집합소에
웅크린 껍질들이 모여 산다
검은 꽃 만개한 살점 뚫고
뭉툭 불거진 뼛속 분화구를 봄볕이 산책한다
동굴처럼 깊은 초점은 아득한 곳에 머무는데
점잖고 무기력한 품위는
한 세기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짊어졌던가
어떤 껍질은 허구의 늪을 헤매고
어떤 껍질은 고장 난 주파수처럼 읊조리고
품속 별을 떠올리며 으스댈 때는
입꼬리마다 발랄한 생기가 실룩이고
뿌연 눈동자에 형광등이 깜박인다
익숙해진 기다림이 낳은 체념
새로운 내일과 다음날이 은비늘처럼 파닥일 뿐
별은 오지 않는다
옹골지게 뻗은 나이테들이
거북손처럼 엉덩이를 박고 기생하는 집합소에
소소리 바람이 잠든 세포를 노크하자
장구한 시간 켜켜이 침전된 기억만이
저녁 사양 속에 그림책처럼 나부낀다
껍데기를 환하게 아우성치게 했던
품속 별과의 마지막은
다시 못 올 곳으로의 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