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남자

by 홍정임

여름밤은 별을 관찰하기에 좋다. 아스라이 멀리 떠 있는 별도 가까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남편과 밤 산책을 할 때마다 별은 따라왔다.

남편은 매주 복권을 산다. 퇴직이 코 앞인 남편이 주마다 복권을 빠뜨리지 않고 사는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한 방이 현실이 되면 풍광 좋은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유유자적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한다. 오랜 루틴이 된 희망 투자는 일확천금의 인생 역전이 아닌 자연인에 한발 다가서는 입장권이다. 양지바른 산기슭에 조그만 텃밭, 마당귀에 쌓인 장작더미,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시름을 달래는 곳. 그가 그리는 퇴직 후의 삶은 구속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는 거다.

TV에서 자연인을 소개할 때 나는 그들이 현실도피자처럼 보였다. 세상의 관계에서 연대하지 못하고 지쳐버린 사람들의 도피처. 삶의 무게가 버거울수록 그들은 더 깊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든 듯했다. 목가적 삶이 얼핏 낭만적일 것 같지만, 여태껏 몸담은 문명의 이기와 담을 쌓고 외로움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수행자 같았다. 그들의 일상은 산을 타며 약초를 캐고, 맑은 공기 속에서 각종 나물을 채집하며 서두르거나 경쟁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모습이 만족해 보였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융화되지 못한 채 자연인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이들을 나는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남편의 눈빛은 달랐다. 부러움의 시선은 인생 제2막을 설계하는 듯 반짝였다. 저렇게 살 거라고 말하는 마음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TV 속 그들이 은둔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분분했다. 복잡한 속세에서 모든 걸 다 잃은 후 마음의 병까지 얻어 건강을 찾으러 깊은 산골에 들어온 이도 있었다. 자연이 좋아 꿈꿔온 로망을 이룬 이는 극소수일 뿐, 대부분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들어와 그들 나름대로 방식으로 치유하고 있었다. 자연은 그들에게 종용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천천히 회복하도록 도와주었다. 상처를 쓰다듬고 토닥이고 조용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줬다.

아. 남편도 이젠 쉬고 싶구나.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생활전선에서 혹사당한 심신을 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 자신만의 호흡과 속도로 살고 싶은 거구나. 숨으려는 게 아니구나. 내 생각이 거기에 닿자, 각자가 선택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다를 뿐 틀리지 않다는 걸 느꼈다. 벼락 맞는 확률보다 더 어렵다는 기적을 손에 움켜쥐는 날까지 남편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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