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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Sep 19. 2022

저관여 제품은 더 이상 없다.

온라인 시대의 저관여 제품 판매법

우유를 잘못 샀습니다.

이게 아니라고 합니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사야 하는데 ‘속편한 우유’를 샀습니다.

우유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유에서도 ‘락토프리’, 락토프리 중에서도 특정 브랜드 제품이 몸에 맞는다고 했습니다.

“군대에서는..”이라는 “라떼”를 시전 하려다 참았습니다.


 다양한 우유가 있더군요. 칼슘우유, 저지방 우유를 비롯해 유당 분해, 단백질, 유기농,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 다양한 우유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우유는 맛없는 우유(흰 우유) VS 맛있는 우유(딸기, 초코, 바나나)로 구분했었는데, 라이프스타일, 기호에 따라 선택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많은 일상 소비재가 저관여 제품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휴지, 치약, 볼펜, 계란, 소금 등이 있습니다. 구매에 까다롭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실패가 없는 것들입니다. 반대로 가전제품이나 고가의 보석류는 구매에 신중하는, 실패의 리스크가 큰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입니다.

[FCB 그리드 모델]

 저관여 제품 판매법의 핵심은 제품의 “노출”입니다. 큰 고민 없이 구매를 하기 때문에 제품 “노출의 빈도”가 중요합니다. 많이 깔아 놓고 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영업력이 강한 업체에 유리합니다. 또한 반복된 광고 노출을 통한 소비자 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비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업체에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영업력이 부족하고 광고비를 많이 사용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나 중소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전통적으로 저관여 제품이라 불리는 품목을 취급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언젠가부터 'OO계의 샤넬, OO계의 에르메스'라는 표현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2010년 전후 패딩계의 샤넬 몽O레르, 유모차계의 벤츠 스O케를 시작으로 보편화된 이 표현은 치약계의 샤넬, 식기건조대계의 샤넬 등을 지나 도마, 옷걸이, 감자칩, 포도 등 웬만한 식품,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출처=각 사 홈페이지, 좌: 몽클레르 패딩/ 우: 스토케 유모차]

‘OO계의 샤넬’이란 표현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명품만큼이나 뛰어난 품질.

그리고 보편적인 예상치를 뛰어넘는 높은 가격.

기본적으로 명품이 등장할 상품군(카테고리)이 아닌데, 무언가 특별한 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을 한다는 것입니다. 소확행, 욜로(YOLO) 트렌드와 함께 명품 소비가 자잘한 일상용품에까지 확대되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필수품과 습관적으로 별생각 없이 구매하던 저관여 제품들이 고관여화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 거기서 거기지”, “제일 싼 걸로 사” 에서
 “OO을/를 확인하고 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전통적 저관여 제품이 고관여 제품화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 2가지는 바로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다양한 취향과 비주류 문화의 발달에 기여합니다. ‘덕후’ 문화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개인의 취향이 인정받는 시대가 되면서 상품을 통해 본인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미닝 아웃(meaning out)은 가치소비를 잘 반영하는 단어로서, 저관여 제품의 습관적 구매는 '나의 신념을 표현하는 고관여 소비'로 바뀌는 경향을 보입니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적 공간을 대중의 공간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이용하던 필수소비재가 공공적 장소에서 보여지는 사치품화(化)되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것이 저관여 제품이 고관여 제품화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매체가 한정적이었던 과거에는 다량의 TV광고를 집행할 수 있었던 대기업, 빅 브랜드(Big Brand)의 놀이터였습니다. AIDMA이론에 따라 막대한 광고비를 통해 Attention(인지)를 시켜놓으면 저관여 제품은 습관적인 구매 패턴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매체가 다양해지고, 개인화된 지금은 개별 소비자의 가치, 신념에 맞는 스몰 브랜드(Small brand)가 살아 남기 수월해졌습니다.

[AIDMA/AISAS 소비자 행동 모델]

영업 네트워크가 없고, 광고물량 공세가 없어도, 특정 소수 집단의 가치에 맞으면 ‘발견(인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견된 제품은 소비자 사이에서 공유되고, 전파됩니다.(Share)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소수의 특정 집단에 인정받거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웬만한 연예인이나 대기업의 브랜드 못지않은 시대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대중화는 저관여 제품의 고관여화를 가속화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내가 만져볼 수도,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구매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살펴보았던 블로그, 리뷰, 구매평 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판매자의 실제 생산/수확과정, 제조과정, 성분, 원산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고 이는 곧 관성에 의한 구매보다 따져보고 평가하여 구매하는 구매의 고관여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도 적고, 경험도 없는 스몰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먼저 제품의 고관여화를 위한 ‘인지적 학습’을 실행해야 합니다.

소비자 행동 이론에 따르면 저관여에서는 행동적 학습이, 고관여에서는 인지적 학습이 필요합니다. 즉, 소비자가 새롭게 얻게 되는 지식에 의해 기존의 지식에 첨가, 조율, 재구조화가 일어나는데, 몰랐던 지식, 정보, 노하우를 통해 제품을 인지적으로 학습을 한다는 이론입니다. USP(Unique Selling Point)와 유사한 면이 있는데, UIP(Unique Information Point)를 제공한다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글 서두에 언급했던 우유 사례에서처럼 ‘체세포수’, ‘1등급 원유’, ‘유당 분해’, ‘동물복지’와 같은 소비자를 학습시킬 키워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실패 없이 000 고르는 법”과 같은 정보성 글이나 카드 뉴스를 통해 홍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떠한 제품의 특장점이나 정보가 어필이 되는지 검증해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제품은 제가 대형마트 근무할 때 상담한 적이 있는데, 여러 이유로 입점되지 못했습니다. 가격도 기존 제품 대비 비싼 것은 둘째 치고, 미용소품 매대에서는 코털정리기가 철저한 One Of Them. 즉, 너무나 작고 미미한 매출 비중으로 인해 넓은 진열공간의 할당이 어렵고, 오직 통일된 소품 패키지에 구색으로만 의미가 있던 것이었습니다. 몇 년뒤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출시된 해당 제품은 누적 3.1억 매출로 펀딩 종료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였다면 전형적인 저관여 제품이었을 텐데, 온라인에서의 상세한 제품 설명과 정보전달을 거쳐 무려 판매가 2만 원(배송비 포함)의 고가?의 고관여제품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먼저 검증할 것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해당 사이트의 고객 특성 때문입니다.

[기술 수용 주기 모델]

이노베이터, 얼리어답터로 일컬어지는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의 접근에 수용성이 좋습니다. 이러한 고객이 몰려있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은 스몰 브랜드들이 자신의 특장점이나 제품 소구점을 검증하기 용이합니다.


3. 소수의 특정 계층, 문화를 겨냥해야 합니다.

대기업처럼 많은 광고비를 사용할 수도, 유튜버 협찬을 할 수 없는 작은 업체들이 살아남으려면 소수의 타깃 고객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품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지금, 그러한 고객이 반응할 만한 가치와 스토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전통적 매체에서 나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것은 ‘패션’이었고, 남자는 자동차, 여자는 가방, 식기류 정도가 본인을 드러내는 대표 카테고리였습니다. 지금은 내가 경험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커피, 도마, 베개, 장소 등)이 나를 표현합니다.


‘습관적으로 반복 구매하는 것이 아닌, 따져보고 비교하는 구매성향을 가진 이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 “왜 이 제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메시지를 상세페이지, 패키지,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직하게 전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브랜딩과 더불어 고객이 차이를 느낄만한 품질이 갖춰진다면 OO계의 샤넬, 에르메스를 노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코카콜라, 농심의 구독자보다 먹방 유튜버의 구독자가 많고, 웬만한 가수보다 커버 유튜버의 구독자가 많은 시대입니다. 넓은 대중 타깃이 아닌 좁은 특정 타깃만 공략해도 충분히 살아남기 수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 말 그대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정리하면,

-제품 또는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새로운 정보, 기술의 수용성이 좋은 고객들에게 검증하기

-품질을 바탕으로 특정 소수 계층, 문화에 집중하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제품 관여도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인해 저관여 제품의 고관여화는 확대될 것이고, 많은 스몰 브랜드에서 이 기회를 잡으셨으면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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