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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r 07. 2021

유치원 교사의 단상

베아트리스와 버질에 대한 글을 읽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는 노상강도나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놓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 죽였다. 자신의 기준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맞추려고 하는 횡포, 아집, 독단 등을 이르는 심리학 용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유치원 교사인 난 교직생활 동안 만났던 많은 꼬맹이들이 떠올랐다. 


'배'를 경험한 버질은 교사인 나 '배'를 경험하지 못한 베아트리스는 내가 가르쳤던 유아를 대상으로 대입시켜보았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활동에 필요한 것을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 아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선생님 설명을 잘 들으면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이야기했지만 내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활동으로 제시한 교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중 몇 명 실행을 한 아이들은 어디서든 그것을 경험했던 기억으로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을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교사의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끌고 가려고 애를 쓴다. 교직 생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만의 기준을 정해두고 아이들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참 애를 썼다. 아이들에 대한 열정은 가득했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참 많이도 부족했던 교사였다. 



시간이 흘러 아이 엄마가 되고 경력이 쌓이고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가 정해 둔 기준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개개인 아이들마다 경험의 차이가 다르고, 발달의 상황이 다르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유아 스스로가 도달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것과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기준까지 한 뼘이라도 나아간다면 인정하고 지지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너무 늦지 않게 그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하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 신규 선생님들이 생각났다.


내가 파견을 나온 자리에 교육경력이 전혀 없는 선생님이 발령받아 오셨고, 유치원 업무에 학급 운영에 아마 힘든 3월을 보내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배운다고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흐르고, 책에서 봤던 아이들을 직접 마주하게 된 선생님 마음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크기만 부풀리기보다는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씩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아간다면 나처럼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열정에 가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난 일 년 현장에서 나와 파견교사가 되었지만 지금껏 살아온 교직생활을 조금씩 돌이켜 보며 다시 리부팅하는 시간을 만들어 볼 것이다. 


현장에 돌아갔을 때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마음의 빛깔이 지금보다는 더 선명해지길..

그리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교사로서 살아가는 내 마음을 챙기는 일까지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에 삶을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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