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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r 09. 2021

결혼하고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산 사람은 남편이 아니다.

결혼하고 가장 오래 함께 산 사람은 남편이 아니다.

바로 그사람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되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급하게 내 곁에 온 아이

나의 첫사랑

첫째 딸이다.


첫째 딸아이는 나에게 참 아픈 손가락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그 시간을 함께 보냈던 딸아이

남편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낸 아이다.

성숙하지 못했던 그 시절 딸아이에게 많은 것을 풀어내면서 시간을 보냈다.

매번 미안했고, 매번 마음이 아팠고, 좋았던 기억보다 마음 아픈 기억이 더 많은 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와 다름이 느껴져 불편했다.

그 감정을  딸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해보지만 어김없이 나의 감정은 드러나버렸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억지로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벌써 6학년이 되었다.

6학년이라고 하기에는 생각이 너무 어려 

한숨을 절로 나오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의 순수함을 인정하기보다는 어리다고 보는 내 눈의 문제일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너무 잘 크고 있는 아이인데

유독 첫째에게 인색하다.


오늘 학급 부반장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는 딸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부반장에 지원을 한 것이다.

집에 들어오면서 아이가 이 이야기를 하는데 울컥한다.

아이가 부반장에 떨어진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손을 들고 해보려고 한 그 경험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이다.

항상 엄마 등에 떠밀려 억지로 무언가를 했을 딸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감사했다.

표를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그것도 아이한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믿어본다.


매일 아이를 안아주면서 내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는 항상 굶주리는 거 같다.

엄마 사랑이 부족하다고....


아이에게 지금부터라도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건 의미가 없을 거 같다.

분명 지키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을 거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아이를 비난하면서 마음 아프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이 아이가 나에게 첫사랑이다.


딸에 대한 나의 노력은 끝이 없을 것이다. 어쩜 평생 아이와 나의 간격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와 난 너무 달라' 하고 느껴지면 그때는 내가 다가가려고 해도 멀어지려고 하겠지.

그전에 조금씩 그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아이 자체를 인정하는 마음을 이어가야 한다.

먼저 어른이 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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