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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r 23. 2021

코로나 검사가 남긴 기억들

코에 긴 면봉이 들어간다.
특히 콧구멍에 들어간 면봉은 흔적이 사라져 버릴 거 같다.
도대체 어디까지 넣을 생각인 건지 그분의 손끝을 찡긋거리며 쳐다봤다.
으으으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시간의 기다림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검사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코로나19 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1가구 1인은 검사를 받으라고 매일 독려 문자를 보내고 있다.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이들 원격수업을 봐주고 혼자 차를 몰고 나왔다. 차량이 늘어선 사이사이 애쓰시는 여러분들이 보인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차량의 이동을 봐주시고 계신다. 긴 줄 사이로 새치기를 하는 차량이 많다는 글을 보고 갔는데 그런 얌체는 보이지 않고 애쓰시는 많은 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긴 기다림.. 거의 이동이 없는 듯했지만 결국은 차례가 되었다.
문진표 작성을 하라고 주시는 종이를 받아들고, 차량을 이동하면서 개인 정보를 적어나갔다. 그리고 몇 미터 이동을 하니 개인 정보를 보고 검사 키트에 이름을 적어 주신다. 긴 면봉 두 개가 든 봉투와 함께. 그렇게 또 몇 미터를 이동하니 앞차에서 아이들이 검사를 받으며 엉엉 우는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무심하게 차에서 내려 아이들을 안고 검사를 받게 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엄마의 표정에 화가 가득해 보인다. 어린아이들을 검사받게 한 여러 이유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막상 코에 긴 면봉이 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우리 애들한테는 이 검사를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검사를 받고 나가는 길에도 코의 시큰함이 계속 느껴져 기분이 영 별로다. 겁 많은 우리 딸들이 함께 있었다면 눈물 콧물로 아픔을 표현했을 듯하다.
한 번의 검사도 이렇게 불편한데, 직종에 따라서 수시로 검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 아시는 분은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는데 매주 검사를 하니 코에 긴 면봉을 넣는 것도 익숙해졌다고 하신다.

세상이 참 많이 변해버렸다.
미세먼지 아주 나쁨의 빨간 표시가 뜬 날 바이러스 검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니
앞으로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 울음소리
코의 시큰거림
흰 방역복을 입고 있던 많은 분들
내 차량 앞뒤로 줄 서 있던 많은 차들
마스크를 쓰고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집에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며 괜찮은 거야? 물어오는 딸아이들의 눈빛

오늘 내 기억에 남겨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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