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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y 21. 2021

식탐은 없지만 폭식은 한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인지라 먹는 것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늘 서툴다.
끼니를 채우기 위한 것 정도가 된다.
친한 지인은 혼자서 점심 한 끼를 먹는 데 예쁜 그릇에 고급 진 음식을 준비해 우아하게 먹는다. 처음 그 모습을 본 난 '시간이 많은가? 음식 하는 걸 좋아하는가?'라는 의문에서 놀라움과 부러움까지 이어진 적이 있다.
혼자지만 특별하게 먹고 싶을 때 가끔 남의 기술을 빌리기 위해 카페를 찾는 나에 비하면 자신을 위해 정성을 들여 요리하는 그녀가 멋있어 보였다. 물론 나의 진심은 그녀의 밥상에 내 숟가락을 살포시 올리는 것이지만.

이런 부러운 마음과는 달리 바쁜 일상에 쫓겨 늘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삶.
빨리 먹고 빨리 정리하고 빨리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하기에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거나, 맛있는 음식을 오랫동안 느끼는 한가로운 행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늘도 그랬다.
공부해야 할 자료가 있었기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대충 집에 있는 반찬을 모아(?) 먹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몇 시간 에너지를 쓰고 나니 배가 고팠다.  샌드위치 하나 사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며 대충 먹었다.
칼로리 높은 음식에 비해 계속 허기가 졌다.
집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음식을 대충 집어먹었다.
그리고 저녁도 민족님을 찾아 버튼을 눌렀다.

하루 종일 한 건 먹은 기억뿐.
배는 나와 있고 속은 더부룩하다.

난 스스로 식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음식을 먹을 때 내가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찾아보는 그런 정성은 더욱 없다.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나가서 한 끼 사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희한한 건 식탐은 없지만 폭식은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상상대로 될 것이다.


<탐은 없지만 음식에 정성을 다한다>

는 제목이 뽑히는 날을 기약하며 배 한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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