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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y 23. 2021

엄마 이불

엄마가 싸준 반찬 틈에 끼여 있는 이불 보따리
딸아이 방 침대 패드로 깔아주라며 챙겨주시는걸 별생각 없이 차 트렁크에 실었다.
집에 도착해 짐을 옮기려고 꺼내 든 이불 보따리
생각해보니 우리 집 모든 이불은 엄마가 지금껏 챙겨준 것들이었다.

대학을 가고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 첫날 엄마는 새 이불을 사서 챙겨 주셨다.
그렇게 시작된 이불 챙기기는 지금껏 엄마가 하고 계신 일이다.
이제는 나의 이불에서 손녀들의 이불까지 챙기고 계신다.
여름에는 인견이불, 겨울에는 담요, 종종 촉감이 좋은 이불집 주인장에게 세일하면 꼭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해두고는 비싼 이불을 세일가에 구입해 꼭 챙겨서 보내주신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여름 내내 덮은 이불은 엄마가 보내주신 인견이불이었다. 땀 많이 흘리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사이즈를 사시더니 더위 많이 타는 사위를 위해 큰 사이즈 인견 이불까지 챙겨서 보내셨다.
올초에는 딸아이가 혼자 잠을 자겠다고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불세트를 보내주시는 엄마였다.

우리는 매년 철마다 엄마가 보내주신 이불을 덮고 있었다.
매번 이불을 받으면서 "엄마 고마워."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엄마가 이불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늘 엄마가 지나가는 혼잣말로 "너희들한테 앞치마를 하나씩 만들어 주어야겠어. 이제 언제 해줄지 모르니..." 혼잣말처럼 엄마의 중얼거림이 귓가에 내리 앉기까지는 그랬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건가.. 엄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이번에 뵙고 나니 더 많이 든다. 부쩍 기력이 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픔과 속상함 슬픔 이런저런 감정이 거칠게 마음을 파고든다.

엄마가 싸 준 이불을 꺼내드니 엄마 집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잠시 이불에 코를 파묻고 있었다.
매번 보내주신 이불을 세탁기에 넣어 바로 빨기 바빴는데 오늘은 세탁기 안으로 넣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며 고개를 들고 본 열린 이불장에도 엄마의 손길이 스친 이불들로 가득하다.


엄마
엄마 이불
내가 엄마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물건이 될 거 같다.
엄마가 보내준 이불을 해졌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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