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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May 25. 2021

매번 실패를 경험 한다면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매번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이번에도 낙방이다.

결과를 전하기 위해 메시지를 적어나간 그의 손끝에서는 어떤 것이 지나갔을까?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역시나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면

기대하지 않았기에 괜찮다는 말이 과연 위로가 될까

거듭되는 실패는 만성이 되어 몸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건만 매번 강도는 다르지만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분명하다.


매번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특기가 될 줄 몰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십여 년을 함께 살 동안은


직업군인인 남편은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국가를 위해 본인 혼자 다 일하는 것처럼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늘 바쁜 삶을 살면서 진급을 꿈꿨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니 결과도 분명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그들에게 부여된 객관적인 평가는 우수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기준이었고, 다른 이 특히 진급에 영향력을 미치는 그들에게는 남편은 늘 부족 자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꿈과 희망은 딴 세상의 이야기가 되었다.

실패 후 회복의 절차가 마무리가 되기도 전에 또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지원서를 낸 남편

너무 영혼을 갈아 넣지 말라고 했다.

온 힘을 다하고 난 후 주어진 결과가 허탈할까 미리 걱정했던 나의 직감은 역시나 맞아떨어졌다.

일부러 웃음을 띠며 괜찮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위로 대신 한 대 때리는 말을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괜찮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 그냥 실패는 나의 삶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고 사는 건 어때?"

던지고 생각해 보니 내 말에는 뾰족한 바늘이 여기저기 꽂혀 있는 거 같다.

어설픈 위로가 하기 싫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니 감성 따위에 몸과 마음을 맡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날린 멘트였지만 그런 말을 던지고 나니 마음이 편지 않은 건 사실이다.


술 한잔 거하게 마시고 전화를 한 남편은 미안하다고 한다.

그의 음성은 역시나 떨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난 더욱 이성적인 사람이 된다. 아니 그렇게 되기 위해 이성을 붙들고 잡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  안 써도 돼. 지나간 일은 훅 털어버려."


가까운 사람이 매번 겪는 실패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꽤나 큰 파장을 준다.

난 그것을 여러 번 경험을 했고, 남편의 일로 내가 무너지는 것을 느껴본 적도 있다.

결국 남편의 일을 내 일로 끌고 들어와 내 감정선까지 무너뜨리지 않기로 했고, 그 이후로는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남편의 실패가 내 마음을 흔들지는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이 안타깝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플 뿐

이지..

실패 후 받는 위로의 말이 크게 도움이 될까 싶어 어설픈 위로를 하기 위해 애를 쓰지도 않는다.


애썼어

실망하지 말 것!!!!

나의 짧은 답변이 이 상황은 별게 아닌 걸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난 분명 그런 의도였는데...


이렇게 매번 실패하는 사람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남편의 낙방보다는

이 상황에 와이프의 자리에 있는 내가

힘이 되는

위로가 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으로 느끼게 하는

어설픈 위로, 조언 이런 거 다 빼고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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