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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un 16. 2021

당신의 아침은 평화로운가요?

주말부부 워킹맘의 아침


7시 40분이면 집을 나서야 하는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준비하는 것은 하교 후 아이들이 먹을 간식이다.

수박을 썰어 통에 담아두고,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아침식사로 주먹밥을 준비한다.

6학년 언니를 따라나서야 하는 1학년 동생은 잠이 깨지 않아 몸을 한 번이라도 더 누울 곳을 찾아다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이나 꼼지락거리던 둘째가 일어나면 본격적으로 등교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는 신속성과 정확성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할 일을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아이의 기분을 최대한 맞추며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진땀을 뺀다.



언니와 달리 손이 많이 가는 둘째의 입에 주먹밥을 하나씩 넣어주면서 옷을 입힌다.

기분 좋은 날은 혼자서 옷도 입고 밥도 먹고 하지만 아침에 여기저기 몸을 둘 곳을 찾는 날은 아이의 컨디션에 주황 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빨간 불로 넘어가기 전에 초록불로 바꾸어야 한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되는 타이밍이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터치감이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나름 성공적이다. 아이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출발 10분전이다.

모든 것을 정지시킨다.

지금부터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양치를 하고, 마스크를 챙기고, 가방을 메고, 각 방마다 전등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전에 버튼을 잽싸게 눌러야 한다.



오늘의 미션은 성공적이었다.

첫째는 알아서 척척

둘째는 협조적

난 시간이 딱 맞게 떨어진 아침이었다.

안도감이 흐른다.






주말부부를 하는 동안 아이가 한 명에서 두 명이 생기면서 아침 시간을 전쟁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하우를 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터가 되고, 울고 가는 날도 많았던 불과 얼마 전까지의 시간은 참 고된 시간들이었다. 눈물 콧물을 쏟다 보이지도 않는 남편 놈을 이리저리 던졌다가, 신세타령했다가 결혼은 미친 짓이었다를 출근길 수없이 외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여전히 평화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아이들과 나의 마음에는 여유라는 것이 좀 생겼다.



늘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했던 삶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난 전쟁터 같던 출근길에 잠시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그 바쁜 와중에 마실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았으니 말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출근길이 추억으로 남겨져 그리워지는 날도 다가오겠지...

지금은 엄청 홀가분할 것 같은데

정말 그런 날이 오면 그리움에 눈물을 찔끔할까

그때 되면 다시 글 한편 남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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