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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ul 16. 2021

옥수수 100개

엄마간식

윤기가 흐르지 않는 캐러멜색의 도넛은 어릴 적 간식이었다.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도넛은 입에서 사르르 녹지 않았다. 달콤하지만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묵직함이 느껴지는 도넛이었다. 동그란 프라이팬에 두른 밀가루 반죽은 익으면서 노랗게 변하더니 어느새 뽁뽁 부풀어 올랐다. 두꺼운 파전 한 장처럼 핫케이크가 만들어졌다.

엄마는 어떤 기준으로 이것들을 간식으로 정했을까? 맛? 삼 남매의 기호? 가성비?

없는 형편에 돌도 씹어먹을 정도로 먹성이 폭발한 삼 남매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싸고 맛나며 양까지 많은 최적의 간식이 무엇일지 고민했을 것이다. 거기에 당첨된 것이 도넛과 핫케이크가 아닌가 싶다.

 

매일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고민한다. 출장을 가는 날은 식탁에 차려둘 간식, 재택근무인 날은 하교 후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때 기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전날 먹었던 것은 피할 것, 가공식품은 일주일에 한두 번만 등 나름의 기준으로 간식을 고르지만, 엄마가 불 앞에 한참 서서 정성을 쏟아내던 그런 간식은 아니다. 불에 올려두면 알아서 익는 간식이 대부분이거나 손쉽게 살 수 있는 간식을 주로 준비해둔다.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뭐 먹을 거 없어?”하고 이야기하는 두 딸의 간식은 저녁 메뉴를 정하는 만큼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당분간 우리 집은 이틀에 한 번씩 옥수수가 간식으로 등장할 계획이다.

2주 전 강원도 오리지널 옥수수를 주문해두었다. 친한 선생님 시부모님들이 직접 농사지으시는 이 옥수수는 줄을 서서 대기해야 받을 수 있어서 철이 끝나는 날 내년 옥수수 수확하면 미리 연락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한다. 그렇게 2주 전에 우리 집, 엄마 집, 시댁에 각각 100개씩 주문을 넣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다. 울 집 콩순이들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는 말에 100개만 먼저 받기로 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신속하게 껍질을 벗겨내고 삶아야 한다. 옥수수 100개의 껍질을 벗기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소금을 살짝 넣고 미역국 끓이듯이 좀 오래 삶으면 된다. 양양의 건강한 땅에서 자란 옥수수를 한입 뜯는 순간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옥수수 알은 찰지다 못해 쫀득쫀득하다. 아이들이 오기도 전에  2개나 먹었지만, 여전히 아쉽다. 더 먹을 수 있는데 삶아둔 옥수수의 개수를 보니 더는 안될 듯하다. 집에 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옥수수 세 개씩 먹어 치우는 딸들을 보며 냉동실 한가득 넣어둔 옥수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다른 이의 간식을 챙기는 일을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매일 간식과 식사의 메뉴를 생각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엄마라는 자리에 들어오고 그것은 당연해졌다. 아이들의 먹거리가 중요해졌고, 혹시라도 퇴근이 늦는 날에는 배곯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마음도 몸도 바빠졌다. 옥수수 100개의 껍질을 벗기면서 접시 한가득 담아 상에 올려줘 있던 도넛과 핫케이크가 생각났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챙겨야 했던 어미의 마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른 게 없다. 세상은 아무리 변해도 음식만 보면 애들 생각에 마음을 쓰는 어미 마음은 같은 곳에 머물러 있는 거 같다.  언제 가도 딸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있는 나이 든 엄마를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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