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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Oct 13. 2021

고백과 다짐

마음이야기

                                                                                                                                                                                                                                                                                                                                                                                                                                          태권도 수행평가를 앞둔 첫째는 며칠 전부터 걱정이 늘어집니다. 제대로 못 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피해를 주게 되면 어쩌냐고 걱정 상자를 높이도 쌓아갑니다. 잘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는 들리지 않나 봅니다. 


가끔 걱정이 많은 아이를 보면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한다고 현재를 놓치고 살던 저를 아주 쏙 빼닮았습니다.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지만 시선이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보다 어둡고 부정적인 기운이 아이에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저를 아주 쏙 빼닮았습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공기처럼 스며든 것을 보니 가까운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힘을 알 것 같습니다. 없애고 싶은 타고난 기질과 성향은 많은 노력을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장 깊은 곳에 숨어서 빈틈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오지 못하게 노력해보지만, 에너지가 부딪히는 어떤 지점에서는 화산같이 폭발하기도 하고, 방심한 틈을 노린 옆구리살처럼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합니다. 그 과정은 저의 많은 것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괜찮은 나의 모습에 자존감이 충전되기도 하고,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나쁜 습성에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고백건대 전 밝은 사람은 아닙니다. 밝은 척 연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가끔 밀려오는 우울감은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웠나 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이의 조용한 성격에 감추어진 어두운 기운은 아이를 괴롭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을 해야 좋은 일이 생긴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많이 하지만 아이는 아마 ‘엄마도 밝은 사람은 아니거든.’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아이에게 물려줄 재산이 현재 없습니다. 앞으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가능성을 믿고 싶기에 없다고 확신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재산만큼 중요한 것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긍정으로 보는 눈을 가지는 것, 새로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 힘든 일을 이겨내는 강한 내면까지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와닿지 않는 말을 잔소리처럼 늘어놓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저의 삶을 위해서도, 아이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제가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날입니다. 저보다 어린 스승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 있게 주도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오후에 걸려온 아이의 상담 선생님이 전한 말씀에 걱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채워진 날입니다. 밝은 생각과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듣고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엄마가 바뀔 겁니다. 그러니 아이도 분명히 바뀌게 될 겁니다.’ 이 생각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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