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축사

두 사람의 영원한 청춘

by 이도
이 글은 문상훈 작가의「ㅊㅊ」 (『나의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중)의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의 영원한 동생 OO입니다.


사실 여기 서 있는 지금까지도, 결혼을 경험해보지 못한 제가 감히 축사를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사를 허락해 준 두 분께 고맙습니다.


저는 이따금씩 주변에 편지나 글을 써서 마음을 전달하곤 하는데요, 정작 가족에게는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내내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말들을, 이 자리를 빌려 조금 꺼내어 보려 합니다.


누나


키도 작아서 늘 나를 올려다보던 그 누나가 이제는 결혼을 한다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

나한테 결혼은 '진짜 어른'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나가 이제 결혼을 한다니. 실감이 잘 나지 않네.


이제는 누나가 '진짜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어른이었던 누나의 모습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 보면, 누나는 나에게 언제나 좋은 어른이었어.


그거 기억나?


나 아주 어릴 때, 유치원 혼자 가보겠다고 씩씩대며 나서면 '아기 길 잃을까 봐 걱정된다'며 몰래 내 뒤 졸졸 따라오곤 했었잖아.


또 엄마랑 아빠가 크고 작은 말다툼이라도 하시는 날엔, 어느새 내 방에 들어와 손 꼭 붙잡고, 본인 울음을 참아가며 나를 달래주기도 했고.


나 대학교 예비번호 받았을 때는, 누나는 믿는 종교 하나 없으면서도 동생 대학교 합격시켜 달라고, 옆에서 엉엉 울며 기도해 줬었지.


부모님이 그저 4년 먼저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유 하나로, 나의 누나가 되어버린 우리 누나.


생각해 보면 이미 내 삶에는

언제나 좋은 어른이 있었다고,

덕분에 나도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누나의 행복을, 그리고 두 사람의 시작을, 정말 많은 분들이 바라고 축복하시겠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꽤 순위권에 있지 않을까 감히 자부해봅니다.


늘 제게 좋은 어른이었던 누나가, 그리고 앞으로 그런 누나와 함께 미래를 그려갈 멋진 매형이, 결혼생활에서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른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서로에게, '청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마주할 세상의 물정과 현실, 그리고 한계를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능력으로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분간하지 못해서,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아직 나 많이 부족하지’라는 말이, 겸손의 너스레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믿어서, 실패했을 때의 대미지가 작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습니다.


시도해 온 일들보다, 도전해 볼 다음 기회가 훨씬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살다가

둘이 함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때가 왔을 때, 그 이유를 싱겁게 나이나 세월에서 찾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의 실패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전할 힘도 용기도 없는 것을 굴복으로는 더더욱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드는 것과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전혀 상관이 없는데, 어른이면 실수 안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실수를 감추려고만 하니 도리어 실수가 많아집니다.


그런 거 대신에, 서로가 매일 미숙하고 질투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년과 소녀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맹세하는 용감한 두 분께, 감히 서로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부디, 두 분의 밝은 미래가 저 먼발치에서 두 분께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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